[Family] 봄바람 살랑살랑 꽃산행 떠나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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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4월 강원도 태백산에서 열린 꽃산행에 참가한 탐방객들이 야생화인 갈퀴현호색의 아름다운 자태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 제공]

▶ 꽃산행에서 만날 수 있는 각시붓꽃, 흰털괭이눈, 꼬깔제비꽃,홀아비바람꽃(위부터).

산과 들에 고운 야생화가 피어나는 계절이다. 아이들에게 우리 꽃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소중함을 알려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다. 또 자녀에게 꽃과 이름을 제대로 연결지어 설명할 자신도 없다. 이럴 땐 전문가가 인솔하는 야생화 관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다. 온 가족이 함께 자연을 체험하며 공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수도권 거주자라면 동북아식물연구소(02-3413-0900, http://www.koreanplant.info)의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편리하다. 야외에서 꽃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정기적으로 주관하고 있다. '꽃산행'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 특허청에 등록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4월 5일 축령산 ▶9~10일 주흘산 ▶16~17일 강원도 영월 동강 ▶23~24일 태백산 등의 산행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또 5월 이후에도 10월까지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전국의 산을 찾아 계절마다 바뀌는 야생화를 관찰할 계획이다.

야생화와 생태계에 대해 설명해주는 강사진도 사진작가, 대학교수, 국립수목원 연구사, 생물교사 등 쟁쟁한 전문가들로 이뤄져 있다. 비용은 강사료.교통비.숙박비.입장료.여행보험료 등을 포함해 1인당 11만원이다.

이 연구소의 현진오 소장은 "산과 들에 저절로 자라는 자생식물을 관찰하면 산행의 즐거움이 더해진다"며 "아름다운 꽃을 사진에 담아 남기는 과정에서 식물에 대한 사랑과 함께 자연을 보존해야 한다는 마음을 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단체 우이령보존회(02-994-2626)에서도 강원도 점봉산(4월 30일).강화도(5월 15일) 등으로 매달 생태탐방에 나선다. 특히 4월 24일에는 1년에 딱 한 번 개방되는 북한산 우이령을 걸으면서 풀꽃을 관찰할 예정이다.

인터넷 야생화 관찰 동호회가 운영하는 생태기행 프로그램도 있다.

다음 카페 가운데 하나인 풀꽃나라(http://cafe.daum.net/wildflowerland)의 경우 회원수가 1만명이 넘는 인기 동호회. 한 달에 한 번 떠나는 산행에 참여하려면 우선 카페 회원으로 가입해 신청해야 한다. 4월 23~24일에는 강원도 태백산으로 풀꽃 탐사를 떠날 계획이다. 정기 산행 외에도 봄.여름에는 전국 지역별 회원끼리 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산행에 나서는 '번개 모임'도 자주 열리는 편이다.

풀꽃나라에서는 또 아이들과 함께 하는 '숲속의 이야기'(5월 1일)와 '숲속 음악회'(5월 15일)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엔 비회원도 참가할 수 있다.

풀꽃나라 운영자 이병연씨는 "숲에서 보내는 하루는 생명의 환희에 대해 다시 한번 새겨보고 삶의 용기를 북돋우는 시간"이라며 "산을 찾는 사람 가운데 사진 촬영 후 꽃을 캐가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일정이나 체력 때문에 산행이 부담스러운 경우 하루에 다녀올 수 있는 식물원을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도 있고 전문기관의 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동북아식물연구소의 경우 매주 토.일요일 경기도 용인의 한택식물원, 강원도 오대산의 한국자생식물원, 경기도 양평의 유명산식물원 등을 다녀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 꽃산행, 이렇게 준비하세요

전문가들에게 꽃에 대한 설명을 듣고 꽃을 관찰하면서 천천히 산을 오르는 게 꽃산행이다. 생태계를 탐방하는 진정한 생태관광이기도 하다. 그냥 한번 즐기기보다는 아름다운 꽃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여행이 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꽃산행이 되려면 마음가짐과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출발 전 탐방지 자료 조사: 산행 정보 외에 꽃에 대한 정보도 꼼꼼히 챙긴다. 특히 봄철 산불 예방을 위해 등산로의 출입이 통제되는 곳이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

▶코스 선택 땐 계절 감안: 계절에 따라 꽃 피는 장소가 달라진다. 봄철엔 습한 계곡에 꽃이 피는 식물이 많다. 또 골짜기의 최상부에 봄꽃이 피어 있을 가능성이 많다. 여름엔 높은 산 능선과 숲 속, 가을에는 높은 산 능선과 초원, 훼손되지 않은 저지대 들판에 꽃이 많다.

▶여유 있는 일정 짜기: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 특히 버스에서 밤을 새우는 무박여행은 되도록 피한다.

▶식물도감, 돋보기 필참: 요즘 나오는 식물도감은 계절별, 지역별로 식물을 소개하는 것들이 많으므로 적당한 것을 선택한다.

▶접사용 카메라 준비: 초보자의 경우 가까이서 꽃을 찍을 수 있는 접사기능을 가진 디지털 카메라면 된다. 사진촬영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접사렌즈를 별도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꽃산행과 사진 촬영은 취미로 이어질 수 있다.

▶동행자 수는 적당히: 너무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가지 않도록 한다. 식물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관찰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면 팀으로 나눠 움직여야 한다. 꽃을 꺾거나 캐는 것은 절대 금물. 국립공원.도립공원.군립공원에서 나무를 베거나 야생식물을 허가 없이 채취할 경우 엄한 처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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