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심장질환 협진 나선 분당차병원

중앙일보

입력

분당차병원 흉부외과 김시호 교수, 산부인과 안은희·문명진 교수, 소아청소년과 강수정 교수가 심장 초음파 사진을 보고 있다(오른쪽부터).

최근 결혼 풍속도가 바뀌며 결혼 시기도 점점 늦어지고 있다. 고령 산모의 증가는 조산이라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조산과 쌍둥이 출산이 많아지면서 선천성 심장질환의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다. 태아의 심장병을 진단해 이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만나봤다.

 “선천성 심장질환은 조기 진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비전문가인 예비부모들은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수 있어 병원을 찾아 올바른 치료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분당차병원 흉부외과 김시호 교수의 말이다. 그는 최근 동료 교수들과 협진을 통해 태아의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4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는 교수들과 함께 노력한 결과다.

 실제 산전에 태아의 심장 기형 유무를 파악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를 알기 위해서는 태아 심장초음파 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이는 산부인과를 전공하는 교수들 중에서도 고도의 훈련을 받은 전문가의 몫이기 때문이다.

 분당차병원 태아진단클리닉팀은 소아청소년과 강수정 교수와 긴밀히 협진해 정기 산전검사에서 한 산모의 태아가 심장기형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산부인과와 함께 김 교수가 포함된 소아심장외과, 마취통증의학과 홍용우 교수 등이 ‘소아심장기형 협진팀’을 꾸렸다.

 하지만 수술 전에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예상하지 못한 소식에 심적 고통으로 힘들어 하는 부모의 마음을 달래는 것이다. 심도 깊고 전문적인 산전 상담을 통해 예비 부모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함이다. 협진팀은 태아의 병이 수술적으로 완치가 가능하고, 수술 후에는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했다. 산모에게 임신 상태를 지속할 것을 권유한 것이다. 결국 태아는 무사히 태어났고, 2개월 뒤에는 협진팀의 도움으로 성공적인 심장수술이 끝나 열흘 만에 퇴원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다른 환아의 가족들을 위해 수 차례의 소아심장기형 수술을 시행했다.

 협진팀의 주 역할은 출산 직후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신생아에 대한 집중치료와, 산전 기형으로 진단된 태아의 출산일에 맞춰 언제든지 수술이 가능하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보호자와의 상담도 추가적으로 실시한다. 김 교수는 “선천성 심장병은 수술을 통해 교정하면 대부분 완치가 가능한 병으로 최근에는 배 속의 태아에 대해서도 심장병을 진단할 수 있고 태어난 날 바로 수술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태아의 질환에 대한 부모의 정확한 인식이다”고 강조했다.
 

전문의와의 산전 상담으로 고민 덜고 치료 들어가

 이 같은 수술이 진행되려면 먼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배 속의 태아에게 질환이 있다고 해서 무작정 낙담부터 하는 것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터넷 등을 통해 넘쳐나는 잘못된 정보에 노출될 수 있어 제대로 된 산전 상담이 필요하다.
 
 대표적인 선천성 심장질환 중 하나인 심실중격결손증은 아기가 산모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된다. 심장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태아의 심실중격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 것이다. 즉 좌심실과 우심실 사이의 벽(중격)에 구멍(결손)이 남아 있는 질환이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으며, 선천성 심장질환의 약 25%를 차지한다. 이는 수술로 완치가 가능하다.

 분당차병원의 경우 여성전문병원으로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경험을 축적, 이를 진료에 반영하고 있다. 고위험 임신과 신생아, 소아심장기형 분야에 역량을 갖춘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문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문팀에 흉부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전문 의료진들이 보강됐다. 원활한 협진 시스템을 기반으로 산전 진단과 철저한 사전 수술계획 등으로 소아심장질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도 앞서 협진팀이 케어에 나선 사례처럼 태아 부모와의 면담 역시 중요하게 꼽히고 있다. 출산 전 태아의 기형을 알게 된 부모들의 고민과 갈등을 듣고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배 속의 태아가 심장병 진단을 받을 경우 산부인과 및 소아심장 전문의와의 산전 상담이 이뤄진다”며 “심장병에 대한 정보와 수술적 치료 방법을 이해하도록 돕는 과정이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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