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직선 변협회장은 ‘3비’ 변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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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60년 만에 처음 직선제로 치러진 제47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55·사법연수원 18기·사진) 경기지방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대한변협 최초로 비(非)전관(전직 판검사), 지방 변호사회 출신 회장이다. 대학도 서울대 법대가 아니라 서울교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 법대를 나왔다. 위 신임 회장은 1989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뒤 주로 경기도 수원·안산·광주 등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대한변협은 21일 결선투표에서 위 회장이 상대 후보로 나선 김현(57·사법연수원 17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700여 표 차로 누르고 당선됐다고 밝혔다. 특히 지방 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들이 위 신임 회장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됐다. 그는 “그동안 서울대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주로 회장을 맡아 변호사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변호사의, 변호사를 위한 ‘보통 변호사’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 1만2000여 명의 전국 변호사를 대표하게 된다.

 위 신임 회장은 회원들의 처우 개선부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변호사 본연의 영역부터 확보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그는 “법무사·세무사·변리사 등 유사직역은 과거 변호사 수가 턱없이 부족한 시절 국민의 법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편법으로 만든 자리”라며 “이제는 로스쿨 출신 변호사가 쏟아지는 시대인 만큼 유사직역 제도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소송에서 반드시 변호사를 선임하도록 법을 개정해 ‘변호사 강제주의’를 도입하겠다”고 덧붙였다.

 사법시험을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로스쿨 등록금이 너무 비싸 서민이 법조계에 진출할 사다리가 사라졌다”며 “로스쿨과 병행해 사법시험을 존치하거나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과정에서 빚은 ‘과열경쟁’ 논란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일부 후보가 네거티브 경쟁에 열을 올릴 때도 나는 끝까지 정도를 지켰다. 다소 과열됐더라도 선거는 선거일 뿐”이라며 “4년 동안 대한변협 부회장으로 일했던 경험, 지방 변호사회 회장으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소통과 화합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한변협 회장은 판사·검사와 함께 법조 3륜의 한 축인 변호사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다. 임기는 2년이다. 대법관과 특별검사, 각종 정부위원회 구성에도 인사권을 행사한다. 이번 선거엔 위 신임 회장과 김현 전 서울변회 회장, 양삼승(66·4기) 법무법인 화우 대표변호사, 오욱환(53·14기) 서울변회 회장이 출마했다. 지난 14일 치른 1차 투표에선 김 후보가 1위를 차지했으나 당선 기준인 유효투표 수 3분의 1 이상을 얻은 후보가 나오지 않아 1, 2위 득표자인 김 후보와 위 후보가 재선거를 치렀다.

◆위철환=성균관대 법대를 졸업, 연수원을 마친 뒤 변호사로 개업했다. 45대 김평우 대한변협 회장 당시 부회장을 맡아 변협 회장 직선제 도입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회장 선거엔 지방 변호사회 단일 후보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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