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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이동흡, 헌재 소장 자격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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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간의 일정으로 열렸다. 그간 숱한 의혹이 제기됐던 이 후보자가 직접 나서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장이 열린 것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의 어제 해명만 갖고는 의혹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하다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

 어제 청문회의 초점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과 자질, 재판 성향에 맞춰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가 헌법재판관 재직 당시 매달 400여만원씩 지급된 특정업무경비를 개인 계좌로 입금했다며 공금 유용 의혹을 제기했다. 법률적으로 ‘횡령’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또 공금으로 항공기 좌석을 발권하고 이를 낮은 등급의 좌석으로 바꿔 차액을 가졌다는 이른바 ‘항공권깡’ 의혹이 거론됐다. 일부 여당 의원도 위장 전입과 부인 동반 해외 출장, 홀짝제 취지에 어긋난 관용차 사용 등을 문제 삼았다.

 이에 이 후보자는 강한 어조로 부인하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은 내놓지 못했다. 특정업무경비 유용 의혹에 대해선 “역사상 청문회에서 모든 통장 내역을 낸 건 제가 처음”이라며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했다”고 강조했다. ‘항공권깡’ 의혹에는 “사실이면 (후보자직을) 사퇴하겠다”고 강경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특정업무경비를 재판 업무에 전액 사용했는지에 대해 “세월이 오래돼서 기억을…”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거액의 예금 증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내역과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다. 다른 의혹들 역시 “전혀 사실무근이다” “행정처리가 부족했다” “관례였다”고 했을 뿐 구체적으로 의혹 중 어떤 대목이 잘못인지를 속 시원하게 입증해냈다고 보기 어렵다.

 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의 주장과 진정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도덕성과 자질, 공직 수행 능력 등에 관한 팩트(fact·사실)를 엄정하게 따지는 자리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자의 답변은 기대에 못 미쳤다. 우리는 앞서 이 후보자가 자신을 둘러싼 의혹들에 대해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해명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어제 청문회를 통해 이 후보자의 도덕성에 대한 의구심이 걷혔다고 말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청문회에서 의혹을 충분히 해명할 수 있다”던 그의 장담은 대체 무엇을 믿고 했던 것인지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헌재는 국민기본권을 보장하고 헌법을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이며 소장에겐 엄청난 국가적 사명이 있다”. 그런 막중한 자리에 앉으려면 성자(聖者) 수준의 청빈함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일반 공무원보다 높은 윤리의식이 필요하다. 야당 등이 제기한 의혹에 다소 과장과 왜곡이 있다고 해도 그를 돌파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국회 임명 동의 절차 지연으로 소장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오늘 계속되는 이 후보자 청문회에서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지 많은 국민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