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 만에 예약 마감된 김남수 침술원 가보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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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 21일 오전 11시. 서울역사 4층 복도 끝 방에 ‘구당침술원’이라는 조그마한 간판이 붙어 있다.

구당 김남수 원장(한국정통침구학회장)이 침구사자격 논란이 있은 지 약 5년 만에 다시 문을 연 곳이다.

김 원장은 2008년 KBS 추석특집방송 후 한의계로부터 구사(灸士) 면허 없이 뜸으로 환자를 치료한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이를 계기로 서울시로부터 침사 자격정지 45일 처분을 받고, 청량리에서 운영하던 침술원을 폐업 했었다.

한국정통침구학회 송선구 사무처장은 “2011년 헌법재판소는 김남수 회장이 뜸을 떠도 된다고 결정 했고, 2012년 대법원에서 서울시의 침사자격 정지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확정 됐다”며 “이후 폐업했던 침·뜸 클리닉을 서울역에 다시 개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송 사무처장은 “복도 끝 왼쪽 방은 구당침술원이고 마주보고 있는 곳은 이곳의 사무실”이라며 “원래 코레일 노조의 휴게실이었다”고 말했다.

구당침술원 입구에는 한국광고협회 이순동 회장이 보낸 화환이 하나 놓여 있었다. 침술원에 들어서자 왼쪽 벽에 걸려 있는 김남수 옹의 큰 흑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대기실에는 예약한 환자 3~4명이 앉아 있었다.

이곳은 매주 월, 화요일 이틀만 진료한다. 하루 진료 인원은 15명이고, 한번 방문 시 치료비는 10만 원이다. 진료 예약은 홈페이지(www.gudang.kr 또는 www.chimtm.net)에서만 가능하다.

송 사무처장은 “예약은 진료가 있는 전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받는다. 지난주에는 5초 만에 예약이 끝났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월,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요일에는 봉사활동과 국내외 침·뜸 보급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기실 왼쪽의 하늘색 커튼을 열고 들어서자 침대 4개가 보였다. 김 원장은 제일 안쪽 침대에서 검은색 팬으로 한 남성(49)의 몸에 뜸 놓을 곳을 표시하고 있었다.

이 남성은 교통사고로 왼쪽 팔다리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 김 원장은 그를 엎드리게 한 뒤 발부터 종아리, 허리, 등, 목, 두피까지 침을 놨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김 원장과 잠시 얘기를 나눴다. 올해 98세인 그는 “잘 안 들리니 크게 말해 달라”고 했다.

다시 침술원을 열게 된 이유를 물었다. 김씨는 “(침과 뜸은)우리의 영원한 보물이다. 우리 문화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온 것”이라며 “시비 거리가 돼 5년 간 (진료를)못하고 있을 때 굉장히 괴로웠다. 국경도 없고 인종차별도 없는 (침, 뜸)이 사라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레일 사장님이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사무실을 마련해 줬다”며 “앞으로는 해외에서도 침뜸을 배우기 위한 올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침구학회는 중국 감숙성(甘肅省) 중의병원과 협의해 1년에 약 100명을 교육할 예정이다. 오는 3월 첫 교육생이 방문한다. 구당침술원의 진료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뜸사랑 홈페이지(www.chimtm.ne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편 한의계는 김남수 원장의 침술원 활동을 예의주시할 계획이다.

대한한의사협회 한의학정책연구원 최문섭 부원장은 “김남수 씨의 자격은 아직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자숙해야 한다”며 “특히 그의 치료 효능은 명확하게 검증되지 않았다. 자격 이외의 위법한 행위가 있으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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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기자 unha@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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