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 외국인 인질 30명 아직 행방 묘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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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라 사막 천연가스 시설에서 이슬람 극단 무장세력에 억류됐다 17일(현지시간) 풀려난 인질들. 알제리 정부군은 이날 인질 구출 작전을 벌여 외국인 132명 가운데 100명 가까이 구해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은 텔레비전 화면을 캡처한 것으로, 이들의 국적 등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다. [인아메나스 AP=뉴시스]

무리한 인질 구출 작전으로 민간인 수십 명 사상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낳은 알제리 정부가 18일 이틀째 군사작전을 이어갔다. 알제리 정부는 극단 테러 세력과의 타협 불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인질 소속 국가 정부에조차 관련 정보를 공유하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했다. 인질극은 지난 16일 발생했다.

 18일 UPI통신에 따르면 알제리 국영 APS통신은 이슬람 극단 무장단체가 인질극을 벌인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 천연가스 시설 공습 작전과 관련해 “인질 대부분이 잡혀 있던 거주 시설에 대한 정부군의 작전은 종료됐지만, 가스 처리시설에 아직 인질이 잡혀 있다”며 “특수부대가 이 시설을 포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PS는 또 진압군이 시설 중심부까지 거의 도달했다고 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이날 의회에서 “테러범들을 잡기 위한 알제리군의 작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APS는 “특수부대가 17일 작전을 통해 알제리인 573명을 구출했다”며 “외국인도 132명 가운데 100명 가까이 풀려났다”고 보도했다. AFP통신도 “30여 명의 외국인이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라고 전했다.

알제리 정부는 진압 과정에서 최소 18명의 테러범이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질범 조직 ‘마스크 여단’은 알제리군이 철수하지 않을 경우 다른 원유·가스 시설을 추가로 공격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알제리군 특수부대원들이 2007년 6월 비스크라에서 훈련받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이들은 17일(현지시간) 진압작전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해 10월 미국의 민간 위성업체 디지털글로브가 찍은 알제리 인아메나스의 BP 천연가스 시설. [비스크라 로이터, 인아메나스 AP=뉴시스]

 알제리 치안군이 이슬람 극단 세력이 장악한 남동부 인아메나스의 천연가스 시설을 처음 공습한 것은 17일 낮 12시30분쯤(현지시간). 무장세력이 외국인 41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밝힌 지 만 하루 만이었다. APS에 따르면 알제리 정부는 8시간 동안 진행된 공습 작전 배경에 대해 “테러범들이 인질을 끌고 인접국으로 나가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제리군의 공습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었다. 탈출한 아일랜드인 전기 기술자 스티븐 맥폴(46)은 가족과의 통화에서 “테러범들이 인질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목에 폭탄을 설치한 뒤 차량 5대에 나눠 태우고 시설에서 출발하자마자 어디선가 포탄이 날아와 차량 4대가 완전히 부서졌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다수의 서방 관료들은 “알제리 정부가 인명 피해 최소화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탈출하다 부상한 알제리인 무함마드 엘리아스 역시 “시설 안에 있는데 갑자기 공격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공격 전 인질 구조 시도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자국민이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영국·일본·노르웨이 정부는 지속적으로 알제리 정부와 연락을 취했지만 구출작전을 사전에 통지받지 못했다.

 이런 무리한 구출작전 뒤에는 스스로 지역의 패권 국가로 여기며 서방과의 협조를 꺼리는 알제리의 국가 특성이 존재한다. 미 의회조사국은 2010년 보고서에서 “프랑스와 8년에 걸친 독립전쟁을 벌인 알제리는 특히 외세 개입을 두려워한다”고 분석했다. “군사적·경제적으로도 주변국에 비해 우월하다고 여기고, 실제로 인접 여러 나라에 걸친 사헬 지대에서 대테러 작전을 지원한 적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알제리는 북아프리카 테러의 확장을 막는 수문장 역할도 하고 있다. 알제리 남부 국경이 뚫리면 알카에다 북아프리카지부(AQIM) 등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가 유럽 코앞까지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다. 프랑스의 말리 공습도 알제리가 하늘길을 열어줬기 때문에 가능했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알제리 정부가 정보 공유를 하지 않는데도 다른 국가들은 강하게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

구출작전 중 사망한 인질 수만 하더라도 4~35명으로 보도 매체마다 차이가 날 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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