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트해 밑은 거대한 사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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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의 수만㎢ 생태계가 죽었다. 바다 밑은 거대한 사막이다."

환경단체 '레나 소메스타드'가 지난달 말 스웨덴 환경부에 이 같은 내용의 공식 보고서를 제출했다고 프랑스 일간 리베라시옹이 28일 보도했다.

발트해는 북유럽 9개 국가로 둘러싸인 호수 형태의 바다다. 북해로 연결되는 아래쪽 바닷길은 덴마크의 섬들로 거의 막혀 있다. 물이 흐르기 힘든 구조다.

게다가 오염 유발 요인은 두루 갖췄다. 주변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각종 생활하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선박 통행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지구상에서 오염이 가장 심한 바다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곳에서 잡히는 청어나 연어는 유럽연합(EU) 내 국가에 수출이 금지돼 있을 정도다.

레나 소메스타드의 보고서는 발트해 생태계 파괴의 주범으로 '부영양화'를 꼽았다. 호수.바다의 부영양화는 물이 잘 바뀌지 않는 곳에서 영양물질이 과도하게 유입될 때 주로 발생한다.

영양물질들은 주로 인.질소를 함유한 음식물 찌꺼기들이다. 해초들이 영양물질로부터 영양소를 섭취해 바닷속에서 급속하게 증식한다. 해초의 급격한 증식으로 깊은 바다에는 산소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생물체가 살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바닷속 시계(視界)가 크게 줄어든 현상도 확인됐다. 과학자들은 발트해가 앓고 있는 이 병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발트해 살리기 노력은 1970년대 시작됐다. 바다를 끼고 있는 9개국은 발트해 보호기구인 '헬콤'을 조직, 초국가적 운동을 벌여 왔다. 물을 정화하기 위해 쏟아부은 돈만 수십억 유로에 이른다. 그러나 몇몇 해변지역을 제외하고는 효과를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

보고서 작성 책임자인 헨릭 오스테르블롬은 "너무 늦었지만 정치권이 서둘러 총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리=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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