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키프로스 통일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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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유럽의 마지막 분단국가인 키프로스가 28년 만의 통합을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그리스계인 글라프코스 클레리데스 남(南)키프로스 대통령과 터키계인 라우드 덴크타슈 북(北)키프로스 터키공화국 지도자는 15일 니코시아에서 만나 유엔이 제시한 통일안에 대한 협의를 시작했다고 BBC방송이 이날 보도했다.

그간 유엔 통일안에 강하게 반발해온 터키계 지도자인 덴크타슈가 협상 테이블에 나선 데는 유엔 통일안을 지지하는 여론이 지난달부터 급격히 고조되고 있는 데다 그간 그를 후원해온 터키 정부가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통일안 수용을 종용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14일에는 북부 터키계 주민의 4분의1에 해당하는 5만5천여명이 덴크타슈에게 유엔 통일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제적으로 열세에 있는 터키계 주민들은 '통일되지 않으면 유엔 의석을 갖고 있는 남키프로스만 EU 신규회원국으로 가입시킨다"는 EU의 방침에 불안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이 제시한 통일안의 모델은 스위스식 연방제다. ▶남.북은 정치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갖고 ▶인구비례로 선출된 대통령평의회가 정권을 담당하며 ▶대통령에 해당하는 평의회 의장은 10개월마다 교대로 맡는다는 게 골자다.

유엔은 일단 2월 말까지 합의 기한을 설정해놓고 있으나 양측 모두 세부안에 불만을 갖고 있어 합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1960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키프로스는 74년 다수계인 그리스계가 쿠데타를 일으키자 터키가 북부 터키계를 지원하며 개입해 남북으로 분단됐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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