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먼삭스 12억달러 출자 스미토모 최대주주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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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오는 2월 중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파이낸셜그룹에 12억7천만달러(약 1조5천억원)를 출자한다. 일본 금융계의 외자 유치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이에 따라 골드먼삭스는 지분율 7%(보통주 환산시)로 미쓰이스미토모의 최대주주가 된다. 일본의 4대 은행 중 외국인이 최대주주가 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골드먼삭스의 출자가 이뤄지면 미쓰이스미토모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은 종전보다 0.37%포인트 높아진 10.37%가 된다.

미쓰이스미토모가 먼저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를 발행하고 골드먼삭스가 2년 뒤 이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으로 인수할 예정이다. 미쓰이스미토모는 골드먼삭스의 우선주에 대해 연 4.5%의 배당을 실시키로 약속했다.

이와 함께 미쓰이스미토모는 골드먼삭스의 기업대출에 대해 10억달러 범위 내에서 보증을 해주며 골드먼삭스는 미쓰이스미토모의 부실채권 해외매각을 지원하는 등 영업면에서도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출자는 기업대출 업무를 보강하기 위해 국제적인 대형 상업은행과의 제휴를 모색하던 골드먼삭스와, 외자유치를 통해 공적자금 투입대상에서 벗어나려는 미쓰이스미토모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결정됐다.

미쓰이스미토모의 전신인 스미토모은행은 일본 기업의 해외진출이 한창이던 1986년 골드먼삭스에 5억달러를 출자하기도 했으나 17년 만에 입장이 뒤바뀌었다. 미쓰이스미토모와 골드먼삭스의 출자 교섭은 이같은 과거의 지분관계를 인연으로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일본 금융청은 부실채권이 많아 BIS 비율이 낮아진 은행에 대해서는 오는 3월 말 결산 때까지 증자나 외자유치를 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공적자금을 투입해 국유화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이에 따라 미쓰이스미토모 이외에도 미즈호홀딩스가 계열사를 상대로 1천억엔 규모의 우선주를 발행했다.

한편 미쓰이스미토모의 주가는 설립 당시인 지난해 12월 초 43만엔대에서 지난 주말 33만엔으로 하락했으나 골드먼삭스의 출자 소식에 힘입어 16일 38만1천엔으로 반등했다.

일본 제2위의 금융그룹인 미쓰이스미토모 파이낸셜그룹은 2001년 4월 스미토모은행과 사쿠라은행이 합병(미쓰이스미토모은행)한뒤 지난해 12월 설립한 지주회사다.

도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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