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재단 재산 기준령의 성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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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공화당은 학원의 기업화현상을 시정하기 위한 한 방안으로, 사립학교법인의 수익재산 확보를 의무화시키는 「사립학교법인 재산 설치 기준령」을 성안, 주무부인 문교부와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동 기준령은 ①각 급 사학재단은 앞으로 5년 이내에 그가 경영하는 학교 연간경상비의 30% 이상을 자체 수입으로 부담할 수 있도록 연차적인 재산보강 대책을 세워야 하며, 동시에 ②대학·초대·전문학교 등 고등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학교법인에 대해서는 앞으로 9년 내에 그 연간경상비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수익재산을 보유할 것을 의무화시킨다는 것이 그 내용으로 돼있다.
당국자의 말을 빌 것도 없이, 날로 노골화돼가고 있는 학원의 기업화 현상을 시정하기 위해 이와 같은 법령의 제정을 구상한다는 것을 원칙상 조금도 나무랄 데가 없는 일이다. 오늘날 우리 나라에서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듯이, 대다수의 사립학교들이 그 애당초의 설립인가 조건과는 아랑곳없이, 그 운영을 전적으로 학생 납입금에만 의존함으로써 이로 인한 갖가지 폐단이 사회불안을 자극하는 중요한 요소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며, 또 그와 같은 사학기관의 경영자 가운데는 육영사업을 빙자하여 오로지 자신의 치부와 개인적 야욕을 채우기에만 혈안이 된 학원 모리배 군상이 족출 하고 있을 정도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원의 기업화 현상을 철저히 봉쇄하기 위한 당국의 이와 같은 조처를 원칙적으로는 찬성하면서도 단순히 이와 같은 입법으로써 사태를 시정하려는 당국의 안이한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약간의 회의를 금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첫째로 그 실효성에 관한 의문이다. 1955년에 제정된 대학설치 기준령 제4장은 이미 10년 전에 이와 동 취지의 강제규정을 두었던 것이지만, 그것이 공문화 돼 있었다는 것은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같은 취지의 단독법령의 입안이 구상하고 있다는 사실로써 단적으로 반증된다. 뿐만 아니라 오늘날 우리 나라의 대다수의 사학들은 전통이 오래되고 착실한 운영을 하고 있는 학교일수록 앞으로 수 개 년 이내에 이와 같은 수익재산을 확보하기가 사실상 어려운 것이 실정일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실효성 없는 강행규정을 둠으로써 이득을 보는 것은 도리어 부실한 사학뿐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당국이 먼저 사립재단에 대한 대담한 보호육성책과 경비 보조책을 세울 것을 제안하고 싶다.
둘째로 우리는 당국자에 대해서 사학재단에 대한 경리감사를 더욱 철저히 함으로써 학생 납입금 등이 학교 경영 이외의 용도로 유용 되는 폐단을 철저히 봉쇄하는 대책을 수립하는 것이 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학교를 경영함으로써 거부가 되고 학교를 경영함으로써 영달이 가능하였다는 신화가 이 나라에서 성행되는 것을 방치하고서 사학경영의 합법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격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학생 납입금이 전액 오로지 학교운영비로써만 충당된다는 것을 보증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우고 학교 및 사학재단 경비의 정기적 공표화 의무를 법제화하는 일이 더욱 시급한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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