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FOCUS] 성인 1750명에게 ‘남녀관’ 물었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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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의 나라 러시아. 그 나라 미녀들은 어떤 남자를 최고로 꼽을까. 답은 ‘믿음직한 남자’다. 얼굴이나 외모를 따지지 않고 든든하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남자, 성격이 좋고 매력도 적당히 있으며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다. 러시아 사회과학연구소가 최근 러시아 성인 남녀 1750명에게 물어본 결과다. 조사에서 전체 여성의 19%가 이렇게 응답해 1위로 꼽혔다. 러시아 미녀라고 세상 다른 여성, 예컨대 한국 여성들과도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2위(16%)는 ‘가정적 남자’가 차지했다. 건강하고 바람피우지 않고 자식들을 사랑하며, 알뜰하고 성격 좋은 남자다. 공동 3위는 각각 15%를 차지한 ‘사교적 남자’와 ‘섹시한 남자’가 올랐다. 똑똑하고 섹시하며 유머 감각이 있는 ‘사교생활’의 이상적인 동반자, 혹은 건강하고 매력적이며 경제력도 겸비한 남자들이 이 범주에 속한다. 5위(13%)는 터프하고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술ㆍ담배를 하지 않고, 사랑하는 여성과 그 주변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는 ‘순수파’가 차지했다. 11%는 ‘근면한 남자’를 꼽았다. 어려운 시대에 가족을 부양할 경제적 능력이 있는 건강한 남성들이다. 이런 조사 결과는 여성들이 ‘터프한 근육남’에게 끌릴 것이란 남성들의 생각과는 다르다. 사랑받는 남자가 되려면 모름지기 ‘신뢰를 받도록 처신하며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가장 빠른 길인 셈이다.

그럼 남자는 어떨까? 여성은 15%만 ‘사교성’에 비중을 뒀지만 남자는 25%가 ‘사교적 여자’를 이상형으로 꼽았다. 섹시하고 똑똑하며 자신감이 넘치고 유머 감각이 있는 매력 덩어리가 이런 유형이다. ‘바람피우기 좋은 상대’를 희망하는 것이란 의심이 든다. 20%는 ‘가정적인 여자’, 착하고 살림 잘하며 아이들을 좋아하는 현모양처를 이상형으로 꼽는다. 또 다른 20%는 특이하게 ‘나쁜 습관이 없는 여자’를 꼽았다 . 나쁜 습관으로 술·담배가 꼽혔다.그 다음으로 15%는 ‘현대적 가정주부’를 꼽는다. 매력적이고 알뜰하며 건강미가 넘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여자다. 10%는 ‘여성스러운 여자’. 매력은 있지만 정절을 지키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는 여자다.

그렇게 만난 남녀들이 생각하는 성생활 점수도 흥미롭다. 과반에 약간 못 미치는 44%가 ‘좋다’고 했다. 나쁘다는 12%다. 흥미로운 점은 ‘나쁘다’는 답이 남자(8%)보다 여자(16%)가 두 배 많다는 것이다. 남자들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다. 특히 대도시 기혼자의 불만이 많고, 중소 도시는 51%가 ‘문제 없다’고 응답했다.

또 가정도 가장 소중한 것으로 여긴다. 조사 대상의 99%가 ‘가정이 큰 의미를 갖는다’고 했으며 그중 90%는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고 부연했다. 48%는 ‘이미 행복한 가정을 갖고 있다’, 42%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정을 꾸릴 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9%만이 그렇지 못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61%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응답했고, 불화가 있다고 인정한 대답은 4%에 불과했다.

그러나 젊은이만 따로 보면 다른 현상도 나타난다. 2010년 한 해 18만5969쌍이 결혼했고, 이 가운데 15만3406쌍이 이혼했다. 이혼율 82%다. 그들이 꾸린 가정의 지속 비율은 15%에 지나지 않았다. 출산율이 낮고 거의 모든 가정이 불행했던 1990년대의 상처다. 당시 태어난 아이들이 자라서 2010년 결혼해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련 붕괴는 세대에 걸쳐 깊은 상처를 남기고 있다.

본 기사는 [러시스카야 가제타(Rossyskaya Gazeta), 러시아]가 제작·발간합니다. 중앙일보는 배포만 담당합니다. 따라서 이 기사의 내용에 대한 모든 책임은 [러시스카야 가제타]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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