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조현욱의 과학 산책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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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

지난주 미국 천문학협회 회의에선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의 미스터리에 접근할 단서 두 건이 발표됐다. 암흑에너지란 우주의 팽창 속도를 점점 더 빠르게 만들고 있는 미지의 힘을 말한다. 회의에서 발표된 단서는 지구에서 100억 광년 거리에 있는 초신성 ‘밍구스’다. 초신성이란 막대한 질량을 지니게 된 별이 대폭발을 일으킨 것을 말한다. 은하 전체의 별을 합친 것보다 밝게 빛난다.

 밍구스는 2004년 발견됐지만 특히 중요한 유형(1a)이라는 사실은 이번에 확인됐다. 1a형이란 보름달 크기의 백색왜성이 이웃 별의 물질을 흡수해 폭발한 것이다. 이 유형이 특히 중요한 것은 밝기가 일정하기 때문이다. 빛이 어두워진 정도를 근거로 거리를 측정할 수 있고 스펙트럼(적색편이)을 분석하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확인할 수 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이 1998년 확인된 것도 바로 1a형 초신성들이 지구에서 멀어지는 속도를 비교한 결과다. 100억 년 전 폭발한 밍구스의 정보를 이미 알려진 초신성들과 비교하면 암흑에너지의 정체에 좀 더 근접할 것으로 기대된다. 관련 논문은 ‘천체물리학 저널’ 20일자에 실릴 예정이다.

 이번 회의에선 암흑물질의 속성에 접근할 단서도 발표됐다. 암흑물질이란 우주의 질량 대부분(통상 물질의 약 5배)을 차지하면서도 빛을 내지 않아 관측되지 않는 물질을 말한다. 중력을 제외하면 통상물질은 물론, 암흑물질과도 상호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돼 왔다. 하지만 UC데이비스의 연구팀은 암흑물질 간에 미지의 힘이 작용한다는 추정을 제시했다. 근거는 지난해 발견된 ‘머스킷 총알 은하단’이다. 7억 년 전 자신보다 큰 은하단과 충돌, 그 영역을 뚫고 지나갔다는 점이 관심사다.

 질량 분포를 분석한 결과 이 은하단의 암흑물질은 소속 은하들과 1만9000광년 떨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문제의 암흑물질 입자들이 스스로 통과한 영역의 암흑물질과 상호작용을 한다면 이들의 운동속도는 느려질 것”이라며 “그렇다면 암흑물질과 소속 은하들의 질량이 서로 다른 곳에 자리 잡은 이유가 설명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힘으로는 미지의 ‘암흑의 힘(dark force)’이 제시됐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우리가 알고 있는 통상물질은 우주의 4%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암흑에너지 73%, 암흑물질 23%로 구성돼 있다. 인류의 이해 수준은 진리의 바닷가에서 조약돌을 줍는 아이에 지나지 않는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미디어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