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주의 소곤소곤 연예가] 예민아씨 임예진의 성격 개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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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얼마 전 탤런트 임예진은 드라마 세트장에서 오랜만에 선배 김자옥을 만났다. 김자옥 왈, "너 왜 이름 바꿨니? '예민아'라며? 근데 애들처럼 민아가 뭐냐." 순간 분장실은 웃음 바다가 되었다고. KBS 오락프로그램 '비타민'에서 유난히 예민하고 깔깔한 성격 탓에 '예민아씨'라는 별명을 얻은 그녀. 얼핏보면 성은 '예'요 이름은 '민아'로 착각할 만하다.

그렇다면 그녀의 실제 성격은?

14살 중학생 시절, '여학생'이란 잡지의 최연소 표지모델을 했던 그녀는 우연히 학생 영화 주연으로 캐스팅됐다. 첫 작품 이후 '진짜진짜'시리즈를 연속 히트시킬 만큼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라 불리며 최고 스타로 군림했지만 야외나 방청객이 있는 곳에서 촬영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울렁증은 발동했다.

"원해서 배우가 된 것이 아니라 그런지 유난히 수줍음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어떻게 했나 몰라. 그나마 결혼 한 뒤 성격이 바뀌었죠."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영원할 것 같은 인기도 점점 흐릿해져갔다. 대학 졸업 후 늦은 사춘기로 긴 방황을 하고 있을 무렵 29살 나이에 인생의 반쪽을 만난다. 그녀가 출연하던 드라마의 동갑내기 조연출이었던 남편과 결혼해 행복한 신혼생활을 꾸려가면서도 한밤중에 온 집안에 불을 환하게 켜 놓아야 잠이 들만큼 예민한 성격은 바뀌지 않았다.

"심지어 밤에는 화장실 갈 때도 문 앞에서 남편이 지켜줘야 할 정도였어요. 제가 겨우 잠이 들어야 거실에 불을 끌 수 있었다니까요. 그렇게 2년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노력한 남편 덕분에 점점 털털하고 수다스러운 유쾌한 아줌마가 돼가더라고요."

그러나 불혹의 나이를 훌쩍 넘자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마음은 풋풋한 20대인데 침침한 눈은 돋보기를 부르고, 일상의 대화에도 귀를 크게 열어야만 했다. 우울한 몸의 변화는 또다시 성격에 묻어나기 시작했는데.

"한참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을 즈음 난생처음 오락 프로그램을 해봤어요. 30년 동안 늘 짜여진 완벽한 대본에 길들어 있다가 웃고 싶을 때 웃고, 말하고 싶을 때 말하니까 어찌나 속이 시원하던지. 예민아씨란 별명을 얻었지만 사실은 덕분에 예민한 성격 많이 고쳤다우."

이현주 <방송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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