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노래의 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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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5호 04면

처음 듣는데도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가 있습니다. 한 번 들었는데도 귓가를 계속해서 맴도는 노래가 있습니다. 영화 ‘레 미제라블’을 보신 많은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대사가 아닌 노래 가사를 들어야 하는 생경함에도 어느새 곡조를 흥얼거리고 있노라고.

장발장의 고뇌가 묻어 나오는 ‘집으로 Bring him home’이나 만신창이가 된 판틴의 애절함이 배어 있는 ‘난 꿈을 꾸었었지 I dreamed a dream’도 좋았지만 봉기에 참여한 젊은이들이 힘차게 부르는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압권입니다. 특히 몰려드는 진압군을 보며 사람들이 불안해할 때 꼬마 가브로슈가 여린 목소리로 이 노래를 선창하던 대목에서 묘한 기시감을 느끼며 울컥하셨던 분들이 많으셨으리라 생각됩니다.

덕분에 관련 음반도 잘 팔리고 있습니다. CD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판도가 바뀐 음반 시장에서 이 영화의 사운드 트랙은 2만 장이 넘게 팔렸고, 덩달아 뮤지컬 공연 25주년 기념 음반도 6000장이 넘었다는 게 유니버설뮤직 코리아의 전언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원작도 프랑스 소설이고 원 작곡자인 클로드 미셸 셴버그 역시 프랑스어권 예술가인데, 재미를 보고 있는 사람은 영국의 프로듀서 캐머런 매킨토시라는 사실입니다. 처음 음반을 듣고 남의 나라 작품을 낚아채 자기 상품으로 포장한 재주가 놀랍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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