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중국 활용' 열 올리는 일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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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재계에서도 중국은 큰 화두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기저기서 들리던 중국경계론은 쑥 들어가버렸다.

경계만 해서 뭐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떠오르는 중국경제의 실체를 인정하고 이를 일본에 유리하게 써먹자는 중국활용론이 이제 대세를 이루고 있다.물론 일부 농산품으로 무역마찰을 빚고는 있지만 일본의 기본입장은 한.중간의 마늘분쟁 같은 전철은 밟지 말자는 것이다.

일본언론도 이에 맞춰 중국 보도에 열심이다. 경제협력이라는 말은 성에 안 차는지 경제융합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확 달아오르는 냄비근성과는 거리가 먼 일본이 이럴 정도면 한번 불다 식어버릴 붐으로 보기는 어렵다.

소니.도시바.NEC 등 쟁쟁한 기업들의 중국진출은 일일이 소개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저 싼 임금 노려 물건 만드는 수준이 아니라 연구개발은 물론 기획이나 영업총괄기능을 모두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중국인을 보는 일본내 시각도 달라졌다. 도쿄 디즈니랜드와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에는 일어.영어에 이어 중국어 안내방송이 나온다. 휴양지인 이즈반도의 온천장에서는 종업원들이 중국어 회화를 배우고 있다. 중국인을 고객으로 모실 준비가 돼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한국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월드컵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지금도 미지근하다.

사실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는 것은 한국이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뜻도 된다. 한국의 어두운 경제뉴스가 증폭돼 전달되는가 하면 한국에서 문닫고 중국으로 공장 옮기기를 잘했다는 성공담들도 심심찮게 돌아다닌다.

오는 15일 오사카(大阪)에서 한국슈퍼엑스포가 열리고 12월 초엔 대규모 투자유치단이 도쿄(東京)에 온다지만 귓속말로 소근거리는 이런 얘기들이 더 무섭다.

최근 일본언론의 중국 띄우기가 좀 심했다 싶었는지 일본무역진흥회의 중국투자수칙에는 "언론에 현혹되지 말라"는 항목이 새로 끼어들었다.

자살골 넣는 심정으로 소개한 것이지만 정쟁에 노고가 많은 우리 정치인들은 거꾸로 언론에 '현혹되서라도' 눈을 한번쯤 나라 밖으로 돌려보기 바란다.흔히 비웃는 투로 일본을 '섬나라'라고 하지만 이러다가 진짜 섬나라는 자칫 우리가 될지도 모른다.

남윤호 도쿄특파원 yh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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