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주 달린다 … “올해 수출·실적 원기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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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연초 제약주가 질주하고 있다.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해외로의 제품 수출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 덕이다. 부푼 기대에 힘입어 반짝 상승에 그칠지, 오르는 추세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제약업종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 빠르게 올랐으나 연말에 20%가량 내렸다가 올 들어 다시 급등세다. 10일 코스피 시장에서 동아제약과 한미약품, LG생명과학은 나란히 장중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해 말 10만9000원이던 동아제약 주식은 10일 12만3500원이 됐다. 올 들어 13% 오른 것이다. LG생명과학은 23% 넘게 급등했고 한미약품도 15%가량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는 0.5% 오르는 데 그쳤지만 의약품업종 지수는 7.6% 상승했다. 연기금도 지난해 말부터 제약주를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후 10일까지 연기금은 제약업종에 대해 1420억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했다.

 최근 제약주 가격이 오른 이유는 올해 실적이 크게 좋아지고, 수출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아서다. 하태기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제약사들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그 효과가 나타나 올 상반기 주요 제약사의 실적이 뚜렷하게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증권은 올해 1분기의 주요 제약사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94% 급증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제휴를 맺는 업체가 속속 등장하는 것도 제약주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지난해 12월 LG생명과학은 다국적 제약업체 사노피와 당뇨치료제의 해외 80개국 판매권 계약을 했다. KDB대우증권에 따르면 사노피는 당뇨치료제 점유율 2위로, 전 세계에 연간 6조여원어치의 당뇨 관련 제품을 판다. 정보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제휴 상대가 당뇨치료제의 강자인 데다 앞으로 더 큰 규모의 추가 계약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LG생명과학의 기업가치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잇따라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했다. 이로 인해 올해 한미약품 영업이익이 150%가량 급증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예상한다. 이어 더 많은 한국 제약업체가 다국적 제약사와 수출 계약을 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제약주가 더 이상 경기방어형 내수주에 그치지 않고, 수출주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다. 신정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제약업종의 이익은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내년부터 여러 신약이 시판되며 주가가 오를 것”이라며 “제약주 비중을 늘리라”고 권했다.

 성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배기달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제약업종 애널리스트 중 유일하게 투자의견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최근 몇 년간 이 업종 베스트 애널리스트(‘중앙일보 톰슨로이터 애널리스트 어워드’ 등)로 꼽혔다. 또 가장 보수적인 분석가로 통한다. 배 연구위원은 “6개월에서 1년 이상, 중장기적으로 보고 투자한다면 사라고 권하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지금 가격은 부담스럽다”며 “아직 투자의견을 ‘매수’로 바꾸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의 제약주가 상승에는 해외수출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반영됐다는 견해다. 그는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기대가 구체화될 것이라고 생각하나 최근 주가가 급등했으니 서둘러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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