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혁 동따로 서따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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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주당 개혁에 대한 동.서 민심이 미묘한 차이를 나타냈다. 지난 13일 부산 상공회의소에서 제1차 민주당 개혁을 위한 국민대토론회가 열린 데 이어 제2차 국민대토론회가 15일 오후 광주 시내 KT빌딩에서 열렸다. 토론 참석자들은 "민주당이 개혁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방안에선 서로 차이를 보였다.

광주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김경재(金景梓)의원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중.대 선거구제로 개편할 경우 지구당을 축소 폐지하는 안과 당비를 내는 진성당원 중심의 지구당 운영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병문 전남대(정치학)교수도 ▶당 민주화를 위해 당 총재.대표직 폐지 ▶당 운영의 투명성 확보 ▶원내 중심 정당화 등을 제안했다. 이 두 주장은 당의 틀을 유지한 채 제도개혁을 통해 민주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것으로 부산에서 나온 재창당.신당 창당 주장과는 배치된다.

부산 토론회에서 김두관 전 경남선대위 본부장은 "민주당 개혁은 재창당 수준에서 고려해야 하며 보완하는 수준은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당 개혁의 수준을 철저히 영남에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안철현 경성대(정치행정학)교수도 "현재 지도부는 점진 개혁을 원하는 것 같아 개혁세력이 응할지 의문"이라며 "민주당은 환골탈태의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부산 토론에 참여한 시민.당 관계자도 마찬가지였다. 당의 급진적 변화 요구가 주를 이뤘다. "환골탈태 재창당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박재율 부산 참여연대 사무처장), "전국 정당으로 가려면 민주당을 발전적으로 해체해야 한다 "(노재철 민주당 부산 동래구지구당 위원장).

이에 반해 광주에서는 당원과 시민들의 의견이 민주당 중심의 개혁과 당의 환골탈태로 갈렸다. 이윤석 전남도의회 의장은 "개혁은 국민적 합의를 찾아가며 점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광주 북갑지구당의 김진우씨 역시 "민주당의 뿌리를 부정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하경 나주병원장은 "이대로는 내년 총선에서 어렵다"며 "밑바닥부터 완전히 바꾸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회원 20여명이 인적 청산을 요구하며 피켓 시위를 벌여 당원들과 심하게 충돌했다.

피켓에는 '백의종군 민주당 개혁세력 대통합''민주당 죽어야 산다''한화갑.정균환 물러나라'등이 적혀 있었다. 이를 저지하려는 당원들과 노사모 사이에는 고성.욕설.빈주먹이 오갔고 이 소란 때문에 토론회가 20여분 지연됐다.

광주=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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