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되지 않은 그녀, 이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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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아유>로 돌아오다. 후아유! Who Are You? 무슨 초콜릿 이름일까? 언제 봐도 맑은 물처럼 투명하고 순수한 이나영이 영화로 컴백한다. <천사몽> 이후 뜸했던 나영이가, 예뻐진 그녀가 긴장되는 세 번째 작품으로 선택한 영화 <후아유> 제작발표회장에서 그녀를 인터뷰할 수 있었다.

드라마든 영화든 연기 활동을 시작하게 되면 인터뷰할게요. 연기자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 무슨 할말이 있겠냐 했었다. 그도 맞는 말. 솔직하고 꾸밀 줄 모르는 나영이의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순간. 팬들은 그저 예뻐진 그녀의 모습을, 그 이유만이라도 알고 싶어했지만 연기자 이나영의 생각은 달랐다. 주변 사람들이랑 만나는 틈틈이 이거다 싶은 좋은 작품을 기다렸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놓치기 싫었어요. 평소의 나영이처럼 맨얼굴에 화장을 많이 안 해도 되는 수족관 다이버란 직업. 헐렁한 청바지에 티셔츠를 좋아하는 나영이의 원래 스타일과도 비슷.


다른 것이 있다면 영화 속 인주는 채팅 게임을 즐기는 온라인 세대. 실제 나영이는 컴퓨터, 휴대폰보다는 직접 만나서 얼굴 보며 얘기하는 걸 좋아하는 아날로그파. 제가 생각해도 할머니 같아요. 컴퓨터는 가끔 이메일 확인하고, 보글보글 게임이나 하는 정도예요. 그치만 영화 때문에 컴퓨터와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두 달 동안 매일 시나리오 연습과 함께 하루 3시간씩 다이버로서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 애썼다.

제가 닮고 싶은 연기자가 바로 오드리 헵번이에요. 로마 광장 앞 분수대,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오드리 헵번처럼 분장했던 모습이 너무나 예뻤기 때문일까. 가끔 헵번을 닮았단 소릴 듣는다.

좋은 게 아니라 당황스러워요. 제게 배우 오드리 헵번은 너무나 큰 사람이거든요. 오드리 헵번처럼 순수한 이미지, 명작들을 남기고 노년기엔 유니세프 대사로 좋은 일도 많이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영이로선 너무나 존경하는 연기 대선배를 닮았다는 소리가 아직은 어색하기만 하다.

전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전 작품 <천사몽>을 두고 하는 말. 물론 흥행면에선 부진했지만 <천사몽>에선 그 나름대로 배울 점이 있었고, 이번 <후아유>도 마찬가지로 연기자로서 배워 나갈 점이 분명히 있단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래요. 뭔가 점점 발전해가고 있는 제 모습을 본다는 것이에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내 모습과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이 다른 건 바로 그런 이유. 욕심 없이 사람 좋은 걸로는 버티지 못하는 연예계에서 나영이가 유독 빛나 보이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사람들의 평가가 아니라 내가 중요하다 생각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지키는 걸 목숨처럼 여기는 나영이다.

깜짝 놀랐어요. 연기 너무 잘해요. 함께 공연하는 남자 배우 조승우를 두고 하는 말. 영화 <춘향뎐>으로 데뷔 해 <와니와 준하>를 막 끝내고 <후아유> 팀에 합류한 조승우. 이제 3일 정도 함께 촬영했는데 벌써 팀워크가 대단하다. 한 남자와 한 여자, 둘만의 삼각 관계 속에서 20대 컴퓨터 게임 같은 사랑이 어떻게 결말지어질지 나영이도 궁금하다. 항상 변하지 않는 착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이나영. 그녀의 세 번째 영화 작품은 모든 것이 만족스럽게 기록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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