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한통, 정통부 '비판'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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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인 한국통신이 최근들어 정보통신부의 정책에 공공연하게 반대하는 사례가 부쩍늘고 있어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통은 정보통신부가 30일 발표한 시외전화 접속료 감면방침에 대해 "통신시장의 건전한 경쟁질서를 해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한통은 한술 더 떠서 "정부는 후발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지원보다 WTO(세계무역기구) 뉴라운드 시장개방 협상을 앞두고 국내 규제제도와 관행을 우선 선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 정부를 훈수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한통은 지난 27일에도 정통부의 이동전화 요금 인하방안에 대해서도 강도높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한통은 데이콤, 온세통신과 함께 작성한 건의문을 통해 "통화료 인하와 무료통화 도입을 골자로 한 정통부의 이동전화 요금 인하방안은 시외전화 사업자의 경영악화 등 유.무선 균형발전을 저해한다"며 정통부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건의문은 이어 이동전화 요금인하가 불가피할 경우 통화료보다는 기본료 인하가이용자 편익 및 유.무선 사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며 정통부에 해법을 제시하는 모습을 취했다.

결국 정통부는 28일 요금조정위원회와 29일 정보통신정책심의회를 잇따라 열어 한통 등의 입장을 수용, 이동전화 요금중 기본료를 1천원 내리는 방안을 확정함으로써 정통부에 `반기'를 든 한통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처럼 한통이 상급기관인 정통부의 신경을 거슬리게 할 것이 자명한 내용을 언론에 발표한 것은 과거에는 결코 흔치 않은 일로, 이제 더 이상 정통부의 눈치만 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또한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한통이 급변하는 통신환경에서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한통의 이익에 반하는 정부정책에 대해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선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민영화 이후를 대비해야 하는 한통으로서는 이동통신 사업자들의 통신시장 잠식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갈수록 위상이 위축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후발사업자들의 추격도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어 정통부의 눈치만을 볼 상황이 아니라는 관측이다.

그동안 정통부에 의해 길들여진 `공룡' 한통이 민영화를 앞두고 정통부의 품을 벗어나 `독립형 야생공룡'으로 변신할 수 있을 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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