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노장스타 "묵은 장맛을 보인다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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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프로농구 2001-2002 시즌 개막을 앞두고 허재(36.원주 삼보)와 강동희(35.울산모비스) 등 각팀 고참 선수들이 농구화 끈을 바짝 동여맸다.

최근 몇년전부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각오로 코트에 섰던 이들 고참 선수들은 이번 시즌을 맞는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프로농구 최고참인 허재는 정말로 올 시즌이 현역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시즌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플레잉코치를 맡아 코트 안팎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허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둘째가라면 서러워 하던 술까지 멀리하고 있다.

3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가 있는지라 술 먹은 다음날에는 훈련에 지장이 있기때문이다.

특히나 올시즌에는 군에 입대한 신기성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승기와 함께 리딩가드 역할까지 해야 하는 만큼 절대적으로 체력을 비축해둬야만 한다.

이를 위해 지난 7월부터 하루에 두시간씩 꾸준하게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몸을 다졌고 최근들어 몸 상태가 100% 가까이에 이르렀다.

뿐만 아니라 얼마전 모교인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에 등록, 향학열까지 불태우며 자기 절제와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농구 천재' 허재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팬들의 뇌리에 새겨 놓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생각이다.

울산 모비스의 플레잉코치를 겸하고 있는 `코트의 마술사' 강동희도 금주를 선언했다.

지난 시즌 9위의 참담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은 자신과 3년간 연봉 2억5천만원에 계약한 구단에 대한 보은을 위해서라도 올 시즌은 기필코 팀을 우승으로 이끌겠다고 벼르고 있다.

착실한 훈련으로 100㎏이 넘는 체중도 많이 줄여 지난달 호주 전지훈련에서는 거의 매경기 40분 이상을 뛰면서 현란한 개인기와 패스워크를 과시했다.

경기당 평균 어시스트도 10개에 육박할 정도였다.

강동희는 "올 시즌이 문제가 아니라 40세때까지도 현역으로 뛰면서 팬들에게 농구의 참맛을 선사할 수 있다"고 자신감에 차있다.

자유계약선수로 풀린 뒤 재계약에 실패한 정인교(32)도 프로원년(97년 시즌) 3점슛왕의 실추된 명예회복을 위해 섶에 누워 쓸개를 씹는 심정으로 훈련했다.

여수 코리아텐더의 수련선수 자격이어서 올 시즌 출장여부가 불투명하지만 코트에 다시 설 수 있는 날을 기다리며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에 주력했고 슛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등록 선수의 부상으로 출전기회가 생긴다면 `사랑의 3점 슈터'의 진가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들 고참 선수들이 오래될수록 우러나는 장맛처럼 힘과 스피드만으로는 느낄수 없는 노련미의 농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서울=연합뉴스) 이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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