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 지원결정에 고비 넘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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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반도체가 31일 채권단의 지원 결정에 힘입어 일단 원기를 회복했다. 채권단은 '기업구조조정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하이닉스의 경영 정상화 작업에 직접 간여할 방침이다.

특별위원회는 경영관리단과 비슷한 성격으로 특히 덩치를 줄이는 자구계획 실천을 감독하게 된다.

하이닉스에 대한 금융 지원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크다.4조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은행의 경우 하이닉스에 대한 대출금보다 전환사채(CB)보유 규모가 더 커진다.

따라서 앞으론 추가 지원을 하려면 신규 자금을 줄 수밖에 없게 돼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원으로 하이닉스가 홀로서기를 이룰 것인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 정상화 가능한가=외환은행 등은 4조원 규모의 출자전환.이자 감면.신규자금 지원.만기 연장 등에 의해 하이닉스가 부채비율 1백11%의 '우량 기업'으로 바뀌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 내년 말까지 반도체값이 현 수준(64메가D램 1달러)을 유지해도 자금수지 상 최대 1조원 이상의 여유가 생기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는 2003년 이후에는 흑자경영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은행에 따르면 하이닉스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생산 기술력에선 다소 뒤지지만 0.15㎛ 공정기술이 완전히 도입되는 내년 1분기에는 그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이닉스가 '돈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게 신규 지원에 불참한 금융기관들의 시각이다. 이들은 대출금의 70~80%를 날렸지만 앞으로 더 말려들 일이 없어 '차라리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대우증권 리서치센터 전병서 부장은 "채무조정 자체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뤄졌지만 신규 자금을 얼마나 신속히, 또 충분히 지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신규 자금을 충분히 지원해야 반도체 값도 안정되고 제 값을 받는 자산매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특혜 시비 가능성=채권단 지원에 불만을 갖고 있는 외국업체가 시비를 걸 수 있다.마이크론과 인피니언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일본업체들도 덤핑 혐의로 문제 삼을 것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신규 자금 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나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측이 협의회 일정을 서두른 것은 이런 점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국내 채권단이 정상화 방안을 확정했지만 하이닉스의 미국현지법인 HSA에 돈을 빌려준 체이스맨해튼 등 외국계 금융기관이 오는 8일 만나 '사망(디폴트)선언'을 할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다.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앞으로 해외 채권단 문제나 구조조정 문제를 합동기구인 '기업구조조정특별위원회'에서 다룰 계획이다.

허귀식.최현철 기자 ksli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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