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택합병은행, 출범부터 업무차질

중앙일보

입력

세계 60위권 `공룡은행'이 될 국민.주택합병은행이 출범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출범을 위한 공식 절차는 밟아가고 있지만 합병은행으로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하기 위한 준비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1일 국민.주택 두 은행에 따르면 11월 1일 합병은행의 공식 출범에 이은 합병은행장 선임 등은 예정대로 이뤄지지만 합병은행의 영업점 교차업무와 본점의 체계를 갖추는 작업은 출범후까지도 이어질 전망이다.

두 은행 합병추진위원회는 이날 오전 그동안의 합병작업에 대한 평가와 정리를 하는 마지막 회의를 갖고 공식 임무를 마감함과 동시에 해산, 모든 통합업무를 실무부서로 넘겨준다.

이어 내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신설법인 `국민은행'의 이사회를 열어 김정태 주택은행장을 합병은행장으로 선임하며 김 행장은 사내 방송으로 중계되는 가운데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로써 합병은행의 출범과 형식적인 절차는 `간소하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고객들이 합병은행 출범과 동시에 두 은행 영업점을 모두 이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아래 지난 17일부터 각각 두 은행 연수원에서 교차업무 연수를 실시했으나 국민은행 노조측의 저지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두 은행 고객들이 합병은행 고객으로서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기위해서는 영업점 직원들의 기본업무 익히기는 물론 전산통합 등까지 상당기간을 더 기다려야할 판이다.

또 합병은행의 본점 3개(국민은행 명동.여의도 본점, 주택은행 여의도 본점)에 나눠 들어가는 22개 본부별 배치는 내달 10일께야 완료될 전망이다.

국민은행 노조의 집요한 요구로 합병은행의 등기건물이 지난 30일에야 국민은행 명동본점으로 확정돼 그동안 준비했던 공간배치안을 새로 짜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식적인 출범에도 사업본부별 위치와 새로운 부서별 전화번호 배정등이 늦어져 당분간 혼란스런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다.

합병은행장 취임식 장소도 30일 오전까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가 오후에야 김정태 행장의 국민은행 노조방문으로 `고용보장'과 `합병반대 철회'를 서로 약속한 뒤 국민은행 명동본점으로 정했다.

이같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지속되자 두 은행 일각에서는 `김 행장이 국민 노조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국민 노조가 합병반대를 제몫찾기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합추위 한 관계자는 "뉴욕증시 상장으로 합병은행의 행보는 국내인은 물론 세계인이 지켜보고 있다"며 "새로운 가치창출에 몰두해야 할 마당에 합병과정의 단계마다 두 은행의 기싸움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털어놨다.(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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