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미 현지법인 돈세탁 혐의 적발

중앙일보

입력

외환은행의 미국 현지법인인 퍼시픽 유니온은행이 한국에서 송금된 거액을 세탁한 혐의로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집중 조사를 받고 있다.

FDIC는 최근 감사에서 퍼시픽 유니온은행이 한국에서 송금한 수십만달러를 은행원 계좌에 분산 입금시킨 사실을 적발해 연방수사국(FBI)과 함께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30일 밝혀졌다.

FDIC는 현재 테러자금을 차단하기 위해 FBI와 함께 외국계 은행을 상대로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을 집중 조사 중이며 이 과정에서 퍼시픽 유니온은행이 적발됐다. 이에 따라 미국 내 다른 한국계 은행에 대해서도 돈세탁혐의에 대한 조사가 확산될지 주목된다.

FDIC는 한국에서 퍼시픽 유니온은행에 송금된 거액이 흔히 사용되는 차명수법이 아닌 은행 내부 직원 계좌에 1만달러 미만으로 쪼개 직접 입금된 데 주목, 특별한 의도로 돈을 세탁한 혐의가 짙다고 보고 있다.

미국 내 한국계 은행이 돈세탁 혐의와 관련해 미국 당국의 정밀조사를 받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돈세탁과 탈세를 방지할 목적으로 마련된 미국의 '현금 및 외국과의 거래 규정(BSA)'에 따르면 1만달러 이상의 입출금은 연방국세청에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이 규정은 또 예금이 정상적인 사업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의심이 들 경우에도 국세청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FDIC 조사 결과, 퍼시픽 유니언 윌셔지점장 S씨 등은 한국에서 고객이 보내온 수십만달러를 연방국세청에 보고하지 않고 직원들의 계좌에 분산 입금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P부장도 한국에서 송금받으면서 동료 직원의 계좌를 빌린 사실이 적발됐으나 자신의 돈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은행측은 FDIC가 돈세탁 혐의를 잡고 조사를 계속하자 최근 S씨 등 지점장 3명을 포함해 9명을 무더기 해고했다. 은행측은 "FDIC의 조사 결과가 나와야 송금 규모 등 정확한 사실을 알 수 있지만 일단 BSA 규정을 위반한 직원들을 해고조치했다"고 밝혔다.

퍼시픽 유니온은행은 지난해 가주외환은행에서 이름을 바꿨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샌프란시스코.시애틀 등지에 10개 지점을 두고 있다.

LA지사=김동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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