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반 하루 만에 배송, 놀라운 한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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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소스의 카이 체피츠카 한국 지사장은 “새로운 기술을 잘 받아들이는 한국인 덕에 온라인 음악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한국 클래식의 역동성에 매일 놀란다.”

 낙소스 코리아 지사장 카이 체피츠카(49·Kai Czepiczka)의 말이다. 그가 맡고 있는 온라인 클래식 음악 서비스 ‘낙소스 뮤직 라이브러리’ 국내 접속자는 지난해 150만 명을 넘어섰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9년 만이다. 10만 명(2004년) 수준이던 접속자는 2010년 100만 명을 돌파했 다.

 마이너 음반사였던 낙소스는 2001년 온라인 서비스에 과감히 투자했고 이 분야에서 메이저 음반사를 넘어섰다. 세계적으로 매년 6000만 명 정도가 뮤직 라이브러리에 접속해 클래식 음악을 소비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 등에 이어 5번째로 접속자가 많은 곳이다. 뮤직 라이브러리에 접속하면 8만532장에 이르는 CD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에서 뮤직 라이브러리가 성공한 비결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계속 클래식 음악을 듣는다고 가정해도 전부 들을 수가 없을 정도로 그 종류가 많다. 뮤직 라이브러리에선 같은 곡이라도 연주자나 녹음된 연도에 따라 다양한 음악을 골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연주자부터 취미로 음악을 듣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의 장점은 뭔가.

 “온라인 음악 서비스는 서버 유지 비용을 제외하면 유통 비용이 제로에 가깝고 그만큼 다른 곳에 재투자할 수 있다. 우리는 절감된 비용으로 레퍼토리를 늘리고 있다. 한 달에 1000장 정도의 새로운 음반이 추가되고 있다.”

 94년 한국에 온 체피츠카 지사장은 독일 쾰른대학에서 독문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건국대에서 독문학을 가르치던 그는 2003년 교수직을 버리고 음반사 사장으로 변신했고 한국 클래식 음반 업계의 시련과 재도약을 곁에서 지켜본 유일한 외국인이 됐다. 20년 가까이 한국에 살고 있는 그는 “한국사회가 가장 급격하게 변화한 건 지난 10년 동안이었다. 클래식 음반 업계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어떤 게 가장 많이 변했나.

 “강남에는 타워레코드가 있었고 강북 하면 파워스테이션을 떠올릴 정도로 지역을 대표하는 음반 매장이 있었다. 한 층이 전부가 클래식 음반으로 채워질 정도로 클래식 CD는 인기였다. 이런 오프라인 매장들이 IMF 등을 거치면서 모두 문을 닫았다. 서울에선 교보문고를 제외하곤 오프라인 음반 매장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가 됐다. 교보문고 등에 있는 음반 매장도 10년 전과 비교하면 레코드점이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규모가 작다. ”

 -해외와 비교하면 어떤가.

 “서울은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도시 규모에 비해 레코드점이 너무 적다. 가까운 도쿄를 예로 들면 번화가에선 메가스토어 등 다양한 음반 매장이 영업 중이다. 런던도 마찬가지다.”

 그는 “인터넷이 클래식 음반 업계의 위기를 불러왔고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오프라인 음반 매장이 한국처럼 한 순간에 자취를 감춘 곳은 세계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위기와 기회에 대해서 설명해 달라.

 “온라인으로 오늘 음반을 주문하면 내일이면 받아볼 수 있다. 음반 매장들은 마진이 높은 화장품 가게로 바뀌었다. 음반 매장은 모두 온라인으로 시장을 옮겼고 벅스·멜론·도시락 등 스트리밍 서비스 위주로 음반 사업이 완전히 재배치됐다. 저작권료 문제가 남아 있지만 온라인 시장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본다.”

 -벅스·멜론 등은 가요나 팝 위주다. 온라인에선 뮤직 라이브러리를 제외하곤 클래식 음악을 찾기가 힘든데 이유는 뭔가.

 “클래식 음악은 가요나 팝보다 복잡하다. 같은 곡이라도 오케스트라나 지휘자에 따라 음악이 다르다. 클래식 마니아들은 협연자와 녹음한 장소까지도 구분해 음반을 수집한다. 심지어 음반 표지도 오리지널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음반 수집가들은 속지 한 장까지도 신경을 쓰는데 준비가 부족하면 이런 욕구를 만족시켜 주기 힘들다.”

 그는 공연장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의 미래를 본다고 했다. “공연장에 가면 젊은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독일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이죠. 한국 클래식 음악의 발전 가능성은 여기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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