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가꾸는 브랜딩 기업생명의 핵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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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 크리스찬 디올, 나이키, 소니, 코카콜라….

브랜드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다.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에서부터 음료에 이르기까지, 휴대전화에서부터 담배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생활의 구석구석에서 브랜드를 만난다. 애니콜, 말보로, 버드와이저, 아모레, 로레알….

이들의 이름 속에는 수많은 연상들이 담겨 있다. 이 연상들은 하나의 독특한 인상과 이미지로 우리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브랜드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의 성능과 품질은 물론 사랑과 추억과 환상을 담아내는 그릇이다.

브랜드를 가꾸고 힘을 키우는 브랜딩(Branding)이 마케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마케팅 중에서도 브랜딩의 시대가 왔다고 규정하는 전문가도 있다.

브랜딩의 대상에는 제한이 없다. 인간도 그 대상일 수 있다. 유명 연예인이나 세계 저명 인사들은 그 이름 자체가 브랜드 아닌가.

현대인은 브랜드의 영향에서 벗어나 살 수 없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브랜드를 가리켜 '현대를 밝혀주는 상징물'이라고 했다.

한 지역에서나 통하던 제품이 브랜드의 날개를 타고 전국 또는 전세계를 누비는 유명 제품으로 탈바꿈하는 사례는 이제 흔해졌다.

세계적인 유명 브랜드들은 소비자들의 변치 않는 사랑을 얻기 위해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마케팅 노력을 기울인다.

코카콜라, 맥도날드, 나이키에서 스타벅스에 이르기까지 브랜드의 자산가치가 얼마인지, 세계 1백대 브랜드는 어떤 것인 지에 대한 조사자료가 나올 때마다 모든 업계가 비상한 관심을 가지는 것도 브랜드 경쟁시대의 한복판에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스타벅스의 커피가 로즈버드의 커피보다 맛있다고 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스타벅스의 제품과 서비스가 경쟁회사와 수준이 같을 수 있다. 하지만 스타벅스라는 브랜드는 그 제품과 서비스를 경쟁회사의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차별화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그 브랜드를 선택하면서 프리미엄 가격을 기꺼이 지불한다. 그렇다면 그 브랜드는 그 회사에 가장 가치 있는 자산임에 틀림없다. 마케팅의 초점이 브랜드 육성에 모아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마케팅에서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은 브랜드의 기능 때문이다. 브랜드는 단지 다른 상품과의 구별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내 제품이나 서비스를 접해 보지 못한 소비자에게 제품의 성격을 쉽게 전달하는 수단이 된다. 제품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꾸미는 마술사 노릇도 한다.

브랜드의 쓰임새가 날로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전쟁은 브랜드 전쟁이다. 기업이 만드는 것은 상품이지만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브랜드다. 따라서 기업의 싸움은 브랜드에서 판가름난다.

브랜드는 제품의 로고.심벌마크.광고 등을 통해 일방적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고객들이 벽돌을 함께 쌓아야만 오래 존재할 수 있다.

브랜드는 만들어지고,자라고,한편으론 사라진다. 글로벌 경쟁시대에서는 1,2위 브랜드만이 살아남는다. 그런 브랜드를 키우는 기업만이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것이다.

스타벅스는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다. '커피가 가진 문화를 좋아하고 이야기하는 공간'이란 브랜드 비전을 내세운다. 또 '스타벅스는 유행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이라는 슬로건을 내건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 회장은 유년기를 빈민가에서 보낸 불우한 환경을 생각해 1997년 비영리 스타벅스 재단을 만들어 기업의 사회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화장품회사인 미국 보디숍은 최고경영자(CEO) 아니타 로딕의 독특한 캐릭터를 활용해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로딕 여사가 부르짖는 환경보호 운동은 그 파급력이 대단하다.

로딕은 동물을 활용한 실험까지 반대한다. 화장품 개발의 기초인 동물실험을 반대해 '우리 회사는 순수 식물성 원료만 사용한다'는 사실을 은근히 내세우는 것이다.

동물보호를 주장해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고 브랜드 가치도 끌어올리는 고단수 전략인 셈이다. 세계 곳곳에서 휴양시설을 운영하는 클럽메드는 '문명에 대한 해독작용'으로 문명에 의해 잃어버린 자신을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종태 기자 ijo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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