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필버그 감독 영화 '캐치 미…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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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잡아 봐라-.

여기 희대의 사기꾼이 있다. 이름은 프랭크 애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일찍이 전학간 학교에서 교사 행세를 하며 급우를 속여 넘길 정도로 이 열여섯살 소년의 내공은 범상치 않다. 주업은 수표 위조. 이걸로 2백50만달러나 챙긴다. 부업은? 조종사.의사.변호사 사칭이다.

"이름이 뭐죠?"로 시작되는 그의 수작에 넘어가지 않는 여자가 없다. 심지어 FBI도 속는다. 그의 지론은 사기를 치려면 가증스러울 정도로 뻔뻔하게 쳐야 한다는 것이다.

튈 테면 튀어 봐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미국 전역을 누비는 이 소년을 잡기 위해 FBI 수사관 칼 핸래티(톰 행크스)가 나선다. 그런데 형사 가제트처럼 뻣뻣해 보이는 이 수사관은 21년 베테랑이라면서 좀처럼 실력 발휘를 못한다. 범인에게 신분증 조사까지 당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은 쫓는 자와 쫓기는 자의 각축을 유쾌하게 그린 영화다. 1960년대 FBI의 최연소 지명수배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상영 시간(2시간20분)은 다소 길지만 끝까지 시선을 떼기 힘들다.

프랭크의 신기(神技)에 가까운 사기 행각과 번번이 허탕을 치는 수사관 칼의 '뒷북'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재미가 그만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실화가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됐지만 프랭크의 사례만큼 산뜻한 오락영화 소재는 많지 않았던 듯싶다. 프랭크는 일종의 반(反)영웅이면서도 폭력적이거나 우울하지 않은 캐릭터다.

'품행제로'가 류승범의 영화라면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디카프리오의 영화다. 그의 열렬 팬들 혹은 '로미오와 줄리엣'(96년)이나 '타이타닉'(97년)의 디카프리오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영화는 '디카프리오의 재발견'기회가 될 법하다.

극 중 프랭크는 10대 소년이지만 스물여덟살 청년으로까지 행세한다. 그 품이 전혀 어색하지 않아 사람들은 번번이 속는다. 반면 디카프리오는 실제 나이가 스물 아홉살이지만 10대 소년 역을 해도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순전히 이 배우가 타고난 강점이다.

연기로 따지면 스필버그와 네번째 인연을 맺은 톰 행크스나 프랭크의 아버지 역을 맡은 크리스토퍼 워큰도 빼놓기 서운하다. "최고의 수사기관이 널 추적하다니 대단하다"고 말하는 워큰의 부정(父情)을 보고 있으면, 재혼한 어머니를 되찾아 다시 단란했던 가정을 재건하려는 소년 프랭크의 집념에 코끝이 찡할 관객도 있을 성싶다. 15세 관람가. 24일 개봉.

기선민 기자

NOTE:위대한 범인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위대한 형사뿐? 칼은 프랭크를 추격하는 동안 그의 천재(天才)에 감탄함은 물론 속내까지 훤히 짐작하게 된다. 그래서 그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전화한 프랭크에게 멋지게 한방 날린다. “전화할 데가 없어서 나한테 걸었지,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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