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독일 순회공연 "한국 춤 · 북소리 조화 환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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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콜이 반복되길 다섯차례."브라보!""추가베!(앙코르) "를 외치던 관객들은 하나 둘 일어나 우레와 같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옆자리의 독일인 관객에게 소감을 물었다.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 그가 한 대답은 단 한마디였다."판타스티시!(환상적입니다) "

지난 20일 밤 베를린 축제극장(하우스 데어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 .1천여 유료 객석을 꽉 메운 베를린 시민들은 국립무용단이 선사한 우리 춤사위와 북소리의 향연에 완전 매료된 모습이었다.

에르하르트 라쉬케라는 중년의 관객은 "북소리와 춤의 율동이 이처럼 잘 조화된 예술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다. 한마디로 문화충격이었다"며 흥분했다.

국립무용단(단장 배정혜) 의 독일 4개도시 순회 공연이 대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 15일 부퍼탈을 시작으로 렘샤이트(17일) .베를린(20,21일) .노이스(25일) 로 이어진 이번 공연은 전회 매진 기록을 세우며 관객들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공연 당 1만달러(약 1천3백만원) 의 개런티를 받은 이번 공연은 부퍼탈 무용단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 안무가 피나 바우쉬의 초청으로 이뤄져 관심을 모았다.

레퍼터리는 '달맞이''장고춤''오구무''부채춤''동래학춤''밀양 범부춤' 등. 단연 관객들을 사로 잡은 작품은 피날레를 장식한 '북의 대합주'. 30명의 고수가 출연한 이 작품은 초대형 대고(大鼓) 등 우리 고유의 북을 모두 동원,'한국 북춤의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줬다.

북소리 하나만으로 천둥이 몰아치는가 하면, 때로는 시냇물 흐르는 계곡에 산새들이 재잘대는 화음을 창조해 내기도 했다.

우리 무용단의 해외공연 때 단골 메뉴로 등장해 이젠 자칫하면 '클리셰'로 받아 들여질 수도 있었던 부채춤은 단원들의 수준 높은 연기로 이런 우려를 씻었다.

옥에 티라면 각 작품이 끝날 때 페이드 아웃 되듯 끝이 분명치 않아 관객들이 박수칠 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점. 분명하게 끝을 매듭지어주는 것은 교향곡 4악장의 피날레에 익숙한 서구의 관객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에서도 고려해 볼 만하다.

김명곤 국립극장장은"동아시아 하면 중국과 일본만을 떠올리는 독일 관객들에게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소개하는 기회가 됐다"며 "앞으로 레퍼터리를 보강해 해외공연을 계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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