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결산] 두산 우승으로 막내린 프로야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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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화끈한 방망이를 앞세워 6년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정복에 성공하며 2001 프로야구가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어느 해보다 타고투저 현상이 뚜렷했던 올시즌 프로야구는 마지막까지도 방망이의 힘이 마운드를 압도, 막강한 화력을 앞세운 정규리그 3위 두산이 한화와 현대를 차례로 제친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 `거함' 삼성마저 4승2패로 제압했다.

출범 20년째를 맞은 올시즌, 원년(82년)과 95년에 이어 사상 3번째로 `가을 잔치'의 주인공이 된 두산은 98년부터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오르며 확실한 명문 구단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김인식 두산 감독은 `신뢰와 인화'의 야구로 선수들의 힘을 하나로 묶으며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 반열에 오르게 됐다.

반면 올해도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삼성은 한국시리즈와의 끈질긴 악연에 몸서리를 쳐야했다.

`우승 청부사' 김응용 감독을 사령탑으로 모셔온 삼성은 14년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며 우승후보 0순위로 꼽혔지만 믿었던 선발 투수진이 무너지면서 한국시리즈 7번째 도전에서도 쓴잔을 마셔야 했다.

하지만 모래알같던 조직력이 몰라보게 끈끈해지며 일단 체질 개선에는 성공했다는 평가여서 내년 시즌은 경험 부족으로 주저앉았던 올해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을낳고 있다.

지난 시즌 챔피언 현대는 정민태의 해외 진출과 조웅천의 트레이드, 김수경의 부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강 마운드의 위용이 사라지며 올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그러나 올시즌 비약적으로 성장한 마일영,신철인,전준호 등 젊은 선수들이 포스트시즌의 실패를 거울삼아 내년에는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화와 기아, LG, SK, 롯데 등 5개 팀은 전반적인 전력 평준화로 마지막까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한국시리즈를 치르듯 4위로 포스트시즌에 턱걸이한 한화는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를 당해 더 이상 올라가는 데는 실패했지만 99년 우승 영광 재건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태균이라는 걸출한 신인 거포를 발굴했고 내년에는 일본에 진출했던 정민철도 합류해 송진우, 한용덕, 이상군, 조규수 등과 함께 8개 구단 최강의 마운드를 구축하게 된다.

시즌 도중 해태에서 기아로 구단의 모회사가 바뀐 타이거즈는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둔 한 해였다.

김성한 감독을 중심으로 김상훈, 홍세완 등이 주전으로 자리잡으며 젊은 호랑이로의 세대 교체에는 일단 성공했다는 평가여서 시즌 도중 합류한 이종범의 활약이 본격화되고 대형신인 김진우가 가세하는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시즌 초반 나락으로 떨어졌던 LG는 김성근 감독 체제하에 후반기 무서운 도약을했지만 이대로는 안된다는 위기감을 느낀 한 해였다.

신윤호 혼자 버틴 허약한 마운드는 시즌 내내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고 찬스를 해결해 줄 거포가 없는 팀 타선도 중량감이 떨어졌다.

지난시즌 최하위였던 SK는 올시즌 어느 팀도 만만하게 상대하지 못하는 전력을 갖추며 창단 2년만에 탈꼴찌에 성공,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를 이룬 시즌이었다.

하지만 지난 시즌 4위에서 올시즌 최하위로 추락한 롯데는 시즌 도중 김명성 감독이 운명을 달리하는 아픔까지 겪으며 시련의 한 해를 보냈다.

전체적으로는 화끈한 타격전으로 프로야구 팬들의 발길을 다시 야구장으로 돌려놓는 한 해가 됐지만 지나치게 허약한 마운드는 흥미를 반감시키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성년을 맞은 프로야구가 더욱 팬들의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우수 투수들의 해외진출 자제와 스트라이크 존 확대 등 제도적인 장치로 투타의 밸런스를 맞추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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