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중국경제 대장정] 경제운용 1조 '정부 맘대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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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룡점정(畵龍點睛)-. 중국은 지금 용의 눈에 눈동자를 그려 넣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上海) 푸둥(浦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실험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림 속 용이 하늘로 날아 올랐다는 전설처럼 중국 경제도 승천의 날을 맞을 것인가.

중국을 해부하는 중앙일보의 세번째 특별기획인 '속(續) 중국 경제 대장정'은 이런 화두(話頭)로 시작했다. 본지 특별취재팀은 66일 동안 중국의 30개 도시를 발로 뛰며 변화의 현장을 기록했다.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에 있는 서동전기회사의 말끔한 회색 벽면에는 '자른다'는 뜻의 '절(折)'자가 붉은색으로 섬뜩한 대조를 이루며 크게 써 있다.

2008년 올림픽 전에 길을 넓히기 위해 공장 부지 안 30m까지를 헐어내겠다고 시가 일방적으로 통보한 뒤 표시해 놓은 것이다.

이렇게 공장이 갑자기 헐리거나 부지 한켠을 도로로 내줘야 하는 외국 기업이 주변에 17곳이나 된다. 항의는 통하지 않았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땅은 국가 소유이므로 '정부 마음대로'가 통하는 게 중국이란 걸 서동전기는 새삼 실감해야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이런 무소불위의 추진력이 중국을 오늘날 '세계의 공장' '세계의 두뇌'로 탈바꿈시켜 놓은 것도 사실이다.

세계 건축가들의 실험장이라는 푸둥의 마천루 숲을 10년 만에 건설해내고 베이징(北京) 천안문(天安門) 광장 앞에 좌우로 뻗은 왕복 12차로의 창안제(長安街)를 2년 만에 만들어내는 일이 중국 공산당의 '슈퍼 파워'가 없었다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통해 중국이 세계 경제 무대에 정식 데뷔하는 일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의 간판 민영기업인 야거얼(雅戈爾)그룹 리루청(李如成)총경리는 "WTO 가입 후엔 13억 인구가 쏟아낼 중국의 함성이 세계를 압도할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러나 중국은 우리에게 여전히 풀기 어려운 '고차원 방정식'이다. 지역마다 투자 관행.제도가 제각각이다 보니 여간해서 중국 활용의 왕도를 찾기 어렵다.

일본에선 이미 총론은 한물 가고 중국의 특정 도시나 산업을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연구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중국'을 안다고 하는 사람은 많은데 '중국 기업'이나 '중국인'을 꿰뚫고 있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인천국제공항으로 오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베이징.상하이 공항으로 속속 방향을 틀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이다.

"이제 중국은 구경만 하고 있을 곳이 아니라 섶을 지고라도 뛰어들어야 할 세계 경제의 용광로다. 지금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더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한국무역협회 고광석(高光奭)중국지부장의 이 말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여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우리의 현주소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한다.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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