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에서 POSTECH 합격한 서울 광성고 윤재성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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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성군은 “POSTECH 합격 비결은 학업·활동에서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계고 학생이 KAIST나 POSTECH 같은 이공계 특성화대로 진학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과학 분야에 대한 소질과 적성을 길러온 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합격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런 틈바구니를 뚫고 일반계고 학생인 윤재성(서울 광성고 3)군이 100% 입학사정관 전형으로 진행된 POSTECH 2013학년도 수시 모집에서 단일계열에 합격했다. 단일계열은 전공이 없는 학과로 1학년 때 자유롭게 수강한 뒤 2학년 때 희망하는 전공을 선택해 공부하는 과정이다.

 POSTECH이 윤군을 선택한 배경은 윤군의 평범하지만 꾸준함에 있다. 고교 3년 동안 교과성적을 꾸준히 올린 노력과, 1~2개 비교과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온 성실성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는 1학년 때 전교 320명 중 30등을 넘나들던 성적을 꾸준히 높여 3학년 땐 전교 1등에 오르는 상승세를 보였다. 입학사정관들이 합격우수 사례로 많이 꼽는 유형이다.

 성적의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윤군이 1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부족한 과목을 보완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결과다. 생물의 경우 생물 과목 성적이 좋은 선배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다.

 “선배의 추천을 받은 인터넷 강의를 반복해 들었어요. 학교 수업 진도와는 관계없이 자신의 학습수준에 맞춰 고교과정 생물 전 범위를 하나씩 하나씩 시청했죠. 여러 강의를 듣기보다 한 강사의 강의만 들으며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뒀어요.”

 영어 과목도 손쉽게 공부하려던 습관을 버리고 모르는 지문과 단어를 중점적으로 익히는 연습을 반복했다. 지문을 그대로 베껴 쓰면서 지문의 구성 논리 표현 단어 등을 통째로 암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느라 한 학기만에 십여권의 연습장을 사용했을 정도다.

 “문제를 많이 풀기보다는 지문의 내용과 주제를 이해하는 데 공부의 초점을 뒀어요. 모의고사에서 자주 틀리는 문제 유형을 찾아 분석해보니까 단어의 뜻도 정확히 모른 채 내용을 대강 유추해서 푸니까 자꾸 틀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알게 됐죠. 이런 점을 하나 하나 보완해나간 겁니다.”

 이를 활용해 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풀 때 정답을 쉽게 찾을 수 있는 문제부터 푸는 습관을 익혔다. 지문 길이가 짧아 내용을 빨리 파악할 수 있거나 아는 내용이라 지문을 모두 읽지 않아도 쉽게 정답을 짐작할 수 있는 문제부터 풀었다. 그 뒤 난이도별로 어려운 문제를 풀며 시험 시간을 조절하게 된 것이다.

 비교과 활동에선 일반계고 학생이지만 이웃학교까지 찾아가 2년 넘게 과학 활동 경험을 꾸준히 쌓은 열정을 인정 받았다. 1학년 때 과학 중점학교인 인근 고교에서 진행하는 과학 수업에 참여했다. 이를 통해 윤군은 천체·물리·생물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섭렵하고 관심 분야인 지진탐사 체험활동을 해갔다. 이와 함께 서울대 평생교육관에서 교수가 진행하는 과학 수업에 참여해 배경지식을 넓혀갔다. 교내에서도 과학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교 밖에서 배운 지식과 경험을 갈고 닦았다.

 “과학고에 비해 일반계고에선 과학 공부와 체험을 보다 다양하게 쌓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제 스스로 이런 교육 프로그램과 활동을 모두 찾아 계획하고 활동한 겁니다. 입학사정관이 이런 점을 높이 평가해준 것 같아요.”

 POSTECH의 수시모집 선발 전형 마지막 단계는 면접, 전공적합성, 잠재력 평가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잠재력 평가는 지원자의 인성과 의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전형이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면접관의 질문의 바탕이 된다. 윤군은 자기소개서에 축구를 좋아하는 자신의 취미와, 학교에서 축구 동아리 회장으로 활동한 이력을 내세웠다. 그 증빙으로 친구들과 함께 맞춘 축구 티셔츠와 축구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제출했다.

 과학 공부가 아닌 축구 활동 얘기를 자기소개서에 쓴 이유에 대해 “다른 경쟁자들처럼 똑같이 과학 공부 얘기만 했다면 경쟁력이 없었을 거예요. 축구로 공동체 생활을 익히고 리더십도 길렀다는 점과, 그런 활동이 대학에서 과학 연구와 학업 활동에 더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말한 답변이 호감을 산 것 같습니다.”

<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나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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