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원숙기 진입 … 서비스업종 주목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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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자산운용사로 변신한 브레인자산운용의 박건영 대표(46). 그는 “상반기에는 서비스, 하반기에는 자동차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3조9000억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브레인자산운용이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대주주 중 하나가 됐다. 지난해 말로 총 123만2566주(6.03%)를 보유해 지분 신고 기준인 5%를 넘긴 것. 최근 한 달 동안에만 190억원을 들여 약 45만 주를 순매수했다.

 브레인의 박건영(46) 대표가 SM을 사들인 것은 의외일 수 있다. 2010년 높은 수익률로 ‘자문형 랩어카운트’ 열풍을 일으켰을 때 박 대표는 “시가총액 50위 안에서 성장이 유망한 종목에 투자한다”며 “50위 밖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 그가 시가총액 160위권인 SM을 상당량 투자 바구니에 담았다. 3년이 채 못 되는 사이에 투자철학이 바뀐 것일까. 박 대표는 “그렇다”고 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브레인자산운용 집무실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2011년부터 한국 경제 구조가 확연한 저성장 쪽으로 바뀌었고, 그에 따라 투자 방향도 변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박 대표와의 일문일답.

 -투자 방침이 어떻게 변했나.

 “고도 성장 때는 성장을 이끌 대형주에 집중했다. 하지만 경제가 원숙기로 접어들어 저성장 기조로 바뀌면 서비스가 경제의 중심축이 된다. 그래서 ‘글로벌’과 결부된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종에 집중하나.

 “유통·물류 등등이다. 한류에도 주목하고 있다. SM을 산 이유다.”

 -다른 한류 주식도 있는데.

 “SM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를 만들어낸다. 아티스트들에게 마음껏 활동할 기회를 주는 정도인 다른 엔터테인먼트사와 다르다. 시장이 뭘 바라는지를 알고 거기에 맞추는 SM 같은 기업이 더 유망하다고 본다.”

 -‘강남 스타일’로 월드 스타가 된 싸이는 SM 소속이 아니다.

 “싸이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만들어냈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업체 소속이더라도 글로벌 스타가 됐을 것이다.”

 -올해 투자 시장을 어떻게 보나.

 “좀 어렵긴 하다. 철저히 기업 실적에 따른 장세라면 종목을 고르는 데 크게 애를 먹지 않는데, 요즘은 그게 아니다. 환율·금리나 각국의 재정 정책 같은 마크로 변수에 많이 좌우된다. 올해는 특히 일본 엔화 동향 같은 환율이 관건이다.”

 -엔화 가치가 떨어져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삼성전자는 끄떡없을 거다. 웬만한 환율변동 정도로는 일본·미국 기업들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앞서 있다.”

 -삼성전자 주가가 많이 올랐다.

 “아직도 싸다는 게 내 판단이다. 삼성전자 분기 이익이 2조원 정도일 때(2008년 2분기께) 주가가 70만원 정도였다. 지금 분기 영업이익이 그 네 배가 넘는 9조원 선인데 주가는 두 배인 150만원이다. 주가가 이익의 함수라고 보면 싸다는 결론이 나온다.”

 -자동차 주식을 많이 팔았다던데.

 “엔화 약세로 당분간 힘들 것이다. 게다가 올 상반기에는 신차도 나오는 게 별로 없다.”

 -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힘들다는 얘긴가.

 “아니다. 환율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할 뿐이다. 잠재 능력은 충분하다. 하반기쯤이면 새로운 환율에 적응할 것이다. 그때부터 2~3년간은 자동차 쪽이 유력할 수 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브레인의 투자 방향이 다를 것 같다는 소리로 들린다.

 “상반기에는 앞서 말한 서비스 쪽, 하반기는 자동차에 주목할 것이다.”

 -장기 투자할 분야가 있다면.

 “바이오가 그중 하나다. 무엇보다 요즘 제일 똑똑한 친구들이 의대로 간다. 20~30년 전엔 전자공학이었다. 그들이 지금 삼성전자를 만들었다. 그러니 20~30년 후엔 바이오 쪽에서 뭔가 나오지 않겠나. 내 생각은 단순하다. 인재들이 몰리면 뭔가 이뤄진다.”

 화제를 헤지펀드로 돌렸다. 브레인은 지난해 9월 헤지펀드를 운용하려고 투자자문사에서 자산운용사로 전환했다. 이름 또한 ‘브레인투자자문’에서 ‘브레인자산운용’으로 바꿨다. 그러면서 9월 하순 헤지펀드 ‘브레인 백두 전문 사모투자신탁 1호’ 운용을 시작했다. 기관 돈만 받는 펀드다. 이 펀드는 운용을 시작한 지 3개월 남짓 된 지난 4일 기준으로 수익률 11.94%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높아 개인도 들어가겠다는 요청이 많을 것 같다.

 “아직 아니다. 개인이 투자하는 헤지펀드는 내년께 내놓을 생각이다.”

 -이유는.

 “개인과 기관은 투자 인내기간 같은 것이 다르다.(개인은 단기 성과에 얽매인다는 의미) 지금 헤지펀드와 관련해 과연 개인 투자자의 취향에 맞출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실험을 하고 있다. 맞출 수 있다는 확신이 선 뒤 개인에게 헤지펀드 문호를 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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