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너진 김응용 신화

중앙일보

입력

김응용 감독의 불패 신화는 결국 무너졌다.

국내프로야구에서 최다우승을 이끌었던 명장 김응용 감독의 `가을의 전설'이 삼성 파란 유니폼을 입으면서 산산조각이 났다.

해태 타이거즈를 18년동안 이끌면서 통산 9차례나 한국시리즈 패권을 거머쥐었던 김응용 감독은 프로야구뿐아니라 국내 전 종목을 통틀어 최고의 지도자로 찬사를받아왔다.

프로야구 감독중 최다 경기,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 감독은 `호랑이군단'을 이끌고 한국시리즈에 9번 올라 9번 모두 우승하는 불패의 금자탑을 세웠다.

또한 국제대회에서도 77년 니카라과 슈퍼월드컵에서 한국을 처음 세계 정상에올려 놓은 것을 비롯해 80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준우승, 2000년 시드니올림픽 동메달 등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을 이룩했다.

그런 김 감독이기에 20년동안 한국시리즈에 한 맺혀 있는 삼성이 2년여를 간청한 끝에 `우승 청부사'로 영입했다.

18년동안 착용했던 빨간색에서,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 감독은 "지금전력으로는 우승이 어림없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김 감독은 삼성 지휘봉을 잡자마자 휴식기인 12월에 하와이 전지훈련을 실시하면서 선수단의 훈련강도를 높였고 임창용과 이승엽 등 스타선수들에게도 `실력이 우선'이라는 기본 원칙을 내세우며 그동안 구단에서 받았던 특혜(?)를 폐지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정규시즌동안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개인보다는 팀'을 앞세우는 김 감독의 지도아래 `이기는 야구'의 참 맛을 느끼기 시작했고 87년이후 14년만에 정규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삼성의 우세를 점쳐 20년 동안 가슴에 맺혔던 한국시리즈 한풀이가 올해는 성사되는 듯 했다.

그러나 김 감독도 간과한 부분이 있었다.

매년 가을이면 가슴이 움츠러드는 삼성 선수들의 `10월 소심증'. 정규시즌동안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던 삼성 주축투수들은 한국시리즈 마운드에만 서면 다리가 후들거렸고 야수들도 긴장된 표정으로 실수를 연발했다.

결국 6번의 한국시리즈에서 전패를 당했던 삼성의 징크스가 한국시리즈에 9번올라 모두 우승했던 김응용 감독의 기(氣)를 누른 셈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천병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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