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스타일, 이전에 보지 못했던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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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스탠드’에서 보안관 오웬즈로 나오는 슈워제네거. “김지운 감독을 할리우드로 데려온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추라가 큰일을 했다”고 말했다. [사진 디 보나벤추라 픽처스]

액션스타 아널드 슈워제네거(66)가 돌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일하며 잠시 ‘정치 외도’를 했던 그가 김지운 감독의 첫 할리우드 영화 ‘라스트 스탠드(The Last Stand)’ 주연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라스트 스탠드’(미국 18일 개봉, 한국은 2월 예정)는 김지운(49)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에서 서부영화를 독특하게 재해석했던 김 감독의 역량이 어느 정도 표출될지 관심사다.

 이번 작품에서 슈워제네거는 시속 450㎞의 수퍼카를 몰고 멕시코 국경으로 향하는 마약 탈주범을 막아내는 보안관으로 나온다. 평소 김 감독의 열혈팬임을 자처해왔던 그를 5일 미국 베벌리힐스 기자회견장에서 만났다.

김지운 감독

 -주연 복귀, 소감이 남다르겠다.

 “기쁘고 흥분된다. 캘리포니아 주지사로 7년간 있는 동안 주민들의 하인 노릇을 하느라 할리우드를 그리워할 새가 없었다. 하지만 한번도 직업 정치인을 꿈꾼 적은 없었다. 다시 카메라 앞에 서니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처럼 금방 감각을 되찾았다.

 -7년은 짧은 시간이 아닌데.

 “너무 많은 게 바뀌고, 새로운 스타들도 많이 등장해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라스트 스탠드’에서 훌륭한 감독, 프로듀서, 배우들과 만날 수 있었다.”

 -김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놀라웠다. 영어가 유창하지도 않은 사람이 매 장면 자기가 원하는 바를 섬세하게 전달했다. 통역을 거치지 않아도 그가 뭘 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직접 온몸으로 시범을 보이는 열정도 대단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그는 여차하면 휴대폰을 던져둔 채 직접 바닥을 구르고 머리를 부딪쳐가며 ‘이게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보여줬다. 비전이 명확했다. 카메라 움직임과 스토리텔링에서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혁신적 스타일을 시도했다.

 -칭찬이 지나친 건 아닌가.

 “그는 협동심을 갖춘 팀 플레이어다. 외국인 감독들이 할리우드에서 독불장군식으로 영화를 만들다 실패한 적이 많은데 김 감독은 프로듀서와 스태프, 배우들의 말을 늘 경청했고 수렴했다.”

 -60대의 액션, 쉽지 않았을 텐데.

 “나이 먹는다는 것은 즐거운 일은 아니다. 남들처럼 거울을 볼 때마다 빠져가는 근육에 트라우마가 생긴다. (웃음) 하지만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나이 들어가는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영화의 한 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그리 나쁜 일만도 아니다. 35세 젊은이인 척 연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내 나이에 맞는 액션이었기에 온몸을 던질 수 있었다.”

 -하고 싶은 영화가 남아 있나.

 “모든 배우가 그렇듯 늘 다른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 새로운 발상, 혹은 내 한계를 시험해 볼 수 있는 영화라면 항상 ‘오픈 마인드’다. 요새도 많은 대본을 읽고 있다. 하지만 난 아주 현실적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대중이 좋아할 만한 것을 분명히 구분한다. 내 욕심만 내세울 수 없다. 정치판에서도 그랬지만 타이밍을 잘 보고 적절한 작품을 택하고 싶다.”

로스앤젤레스=LA중앙일보 이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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