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응찰 열기 상가로 번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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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 경매 입찰 참여희망자들이 한 법원의 법정 테이블에 마련된 경매물건 목록을 열람하고 있다. [중앙포토]

부동산 경매시장의 열기가 갈수록 뜨겁다. 기존 부동산 시장이 침체돼 투자자들이나 내집마련 수요자들이 외면하는 반면 경매시장에는 경기침체로 입찰에 부쳐지는 물건이 많아지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경매 시장의 현황과 투자 절차 및 유의점을 입체적으로 살펴봤다.

최근 법원 경매 부동산시장의 특징은 주택뿐 아니라 다른 상품으로 응찰 열기가 확산한다는 것이다. 연초 서울 강남권 재건축아파트와 분당 아파트가 지핀 경매 열기가 토지.상가 등을 거쳐 '찬밥'이던 다세대.연립 주택으로 옮겨 붙고 있다.

위치가 좋은 아파트.토지는 1회 입찰에 감정가를 훌쩍 넘겨 낙찰하는 사례가 잦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경매시장이 과열돼 조만간 상품.지역 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변 시세와 입지 여건을 분석한 뒤 응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경매시장이 과열돼 조만간 상품.지역 별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으므로 주변 시세와 입지 여건을 분석한 뒤 응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아파트가 지핀 불씨 땅.상가로 번져=올해 경매시장의 불씨를 당긴 것은 서울 아파트였다. 싼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연초부터 기존 아파트값이 조금씩 반등하자 발 빠른 투자자들이 경매로 몰려든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3회 유찰은 기본이고, 응찰자도 5명 미만이었으나 요즘은 20~30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아파트가 속출한다. 감정가를 웃도는 값에 낙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34평형 현대아파트 입찰에는 19명이 달려들어 감정가의 90%를 써낸 사람이 낙찰자로 결정됐다. 하루 전인 21일엔 서울 강동구 명일동 삼환아파트 33평형이 20대 1의 경쟁 끝에 1회 유찰가를 넘는 3억1500만원에 낙찰됐다. 이달 초에는 서울 송파구 오금동 현대아파트 31평형이 첫 입찰에서 감정가보다 3500만원 높은 4억55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토지는 수도권과 충청권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지난 7일 첫 입찰에 나온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의 임야 2070평은 43명이 경쟁을 벌인 끝에 최저 입찰가의 6배가 넘는 1억2510만원에 낙찰돼 경매업계를 놀라게 했다. 충남 연기군 조치원읍 논 200평은 최근 35명이 달려들어 감정가를 웃도는 1억4700만원에 팔렸다.

상가 경매에 사람이 몰리는 것은 의외다. 경기 침체로 바닥을 기던 상가가 경매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상가는 여윳돈이 많은 부유층이 자녀를 위한 증여 수단으로 낙찰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4일 인천 부평구 청천동 5층 상가는 입지여건이 썩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21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 광진구 군자동 3층 상가도 한 차례 유찰로 값이 내리자 26명이 달려들었다. 결국 감정가의 113%인 11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 "한 발 앞서 투자하자"=2003년 10.29 대책 이후 1년 남짓 가격 조정을 거쳤고, 규제도 나올 만큼 나왔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남보다 한 발 앞서 투자하려는 이들이 경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빛부동산문화원 안종현 원장은 "경기회복 기대감이 고개를 들면서 그동안 눌려 있던 투자심리가 살아났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한발 먼저 사서 상승기가 오면 팔려는 심리가 과열을 불렀다"고 진단했다.

경매 인구가 급증한 것도 한 이유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선 조성돈 차장은 "경매 법규가 투명해지고, 경매 교육이 붐을 이루면서 독학으로 경매를 익힌 이들이 입찰장에 몰려든 것도 경쟁률이 높아진 이유"라고 봤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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