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물건확보 조급증이 경매투자 망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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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민사집행법 개정으로 경매 제도가 바뀐 지 2년 남짓 됐다. 새 법이 시행된 뒤 경매시장이 투명해지고 절차도 쉬워졌다는 게 경매업계의 평가다.

우선 고의성 항고가 사라져 경매 기간이 짧아졌다. 과거에는 항고가 경매를 지연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항고하려면 낙찰대금의 10%를 공탁금으로 걸어야 한다. 항고가 기각되면 항고일로부터 기각 결정일까지 연 20%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이렇게 하니, 낙찰일로부터 45일 안에 소유권이전등기가 끝난다. 종전보다 6개월 정도 단축됐다고 경매업계는 전한다. 법무법인 산하 강은현 실장은 "낙찰자가 항고 기간동안 애를 태우지 않아도 돼 매수자의 지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입찰 전 자금계획을 세워둬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항고 기간인 6개월동안 잔금을 준비하면 됐으나 지금은 잔금을 마련해야 하는 기간이 짧아진 까닭이다.

'인도명령' 대상이 확대돼 명도(집 비우기)소송이 유명무실해졌다. 일반인들이 경매를 어려워했던 것은 명도 때문이었다. 낙찰하고도 명도소송에 걸려 6개월 이상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했으나 이제는 잔금 납부 후 1~2개월이면 입주할 수 있다.

대금 납부도 빨라졌다. 낙찰자가 납부기일 안에 언제든 대금을 내면 돼 재산권 행사를 빨리 할 수 있게 됐다. 낙찰하고도 채무자가 중간에 빚을 갚아 헛수고가 되는 일이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경매 환경이 달라져 모든 게 나아진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경매 사고의 대부분이 권리분석 실패에서 비롯됐다. 반면 근래는 부동산 가치를 오판한 경우가 많다. ㈜GMRC 우형달 사장은 "경매 절차가 쉬워져 누구나 조금만 공부하면 경매에 참여할 수 있게 되자 경매 부동산의 적정 가치를 분석하지 않고 뛰어드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입찰 당일에 법대서류를 볼 수 없어 특수물건 등은 권리분석을 꼼꼼히 할 시간이 없는 부작용도 있다. 매수보증금 제도의 역기능도 알고 응찰해야 한다. 지금은 최저 매각가의 10분의 1만 준비하면 입찰가액은 보증금의 제한을 받지 않아도 된다. 이 때문에 과열 분위기에 휩쓸려 입찰가액을 경매법정에서 터무니없이 올려 쓰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단독 물건인데도 최저가보다 수억원을 더 써내는 경우도 있다.

조인스랜드컨설팅 백준 사장은 "경매시장의 적은 경쟁자가 아니라 응찰자의 마음"이라며 "물건을 확보하려는 조급증으로 고가 낙찰을 하면 경매의 실익이 없다"고 지적했다.

성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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