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피우는 주름진 손|조화전 영 장선희 여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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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2일부터 신문회관 전시실에는 모란·장미·복숭아·살구 등 70여종의 조화가 전시되고 있다. 얼핏보면 생화로 착각할 만큼 보는 시선을 놀라게 하는 조화들이다. 꽃에 집념 하여 꽃과 더불어 호흡해온 장선희 여사의 손끝에서 피어난 꽃들이다. 장 여사는 금년 73세. 동경여자미전 자수과를 졸업 후 계속 동양화과에서 전공했고 과외로 기른 솜씨가 이젠 전직처럼 되었다고.

<제자들 생계 보탬 주기도>
여사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조화를 시작한 것은 6·25동란 때 부산 피난시절부터다. 전쟁 속에서 꽃을 만지면서 위안을 얻고, 제자들의 생계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였다. 기미운동 때는 「대한애국부인회」간부로서 김 마리아 사건으로 3년 간 옥고를 치른 독립투사.

<후진양성에 남은 생애를>
『조화예술은 동양화를 필요로 합니다. 꽃잎의 점 하나까지 세모필로 하나 하나 그려 넣어야 실물에 가까울만한 생명이 움직이는 예술품이 되는 거죠』 장 여사의 조화론 이다. 고목을 그리고 열매 달린 나무를 그대로 이용한 90여 점 작품들은 여사의 주름진 손끝으로 만들어졌지만 생동하는 생명들이 깃들여 뵌다.
「의욕이 대단하십니다. 일하실 때는 젊은이를 뺨칠 정도예요. 광화문에 미술학원을 두시 고 이제는 제자양성에 여생을 보내시겠답니다』 옆에 있던 딸이 한마디 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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