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녀 「트레이닝」과 신사 「코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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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며칠 전 일이다. 시골서 서울로 공부하러 온 동갑네 이모가 들어있는 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그 이상한 소리는 다름 아닌 「하이힐」의 뒤꿈치 소리였다.
올해 대학교에 들어간 초년생이 선망의 대상인 「하이힐」을 신고 좀더 자연스런 「데이트」를 위해 열심히 「트레이닝」중인 것이다. 나는 책을 빌리는 체하고 문을 열었더니 방바닥에는 신문지만 깔려있지 「하이힐」은 보이지 않고 이모만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 서있었다.
아마 「하이힐」은 어디엔 가에 잠깐 쉬고있겠지.
오늘은 처음으로 신사복을 입고 친구와 만나기로 한 날, 그런데 웃지 못할 일이 하나 생겼다. 「넥타이」를 맬 줄 모르는 것이다. 6년 동안 교복만 입다가 처음 신사복을 입어보기 때문이다. 만날 시간은 다가오고「넥타이」는 「칼라」뒤에서 숨바꼭질하고, 할 수 없이 어머니를 조용히 불렀다.
『어머니 「넥타이」 좀 매줘요』『아니. 대학생이 된 녀석이 아직 「넥타이」하나 못 매니 건넛방 이모가 알면 흉볼라』웃으시며 매어주고 있을 때였다. 어머니 이야기를 들었는지 이모가 들어왔다. 『나 전번 그 책 볼 것 있어서 도로 가지고 가』하며 어머니 앞에 목을 내밀고 쭈그리고 앉아있는 나에게 웃음을 던지며 나가는 것이 아닌가. <정난철·20·서울동대문구 이문동 148의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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