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의 날을 맞이하면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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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4월7일 우리는 제10회 신문의 날을 맞이한다. 우리사회에서는 해마다 이날을 전후해서 신문주간을 설정하고 신문이 맡은바 사회적 사명을 다하기 위해 신문자신과 국가사회가 해 나가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시의에 알맞게 다짐해 왔었는데 금년도의 표어는 신문의 긍지」로 되어있다.
이 뜻깊은 날을 맞이함에 있어 여기 우리는 신문과 국가권력사이에 성립되어야할 올바른 관계가 무엇이며 오늘 날 우리나라 신문일반이 반성해야 할 점이 무엇이며 또 본보가 나가고자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에 관해 평소의 소신을 밝혀 두기로 한다.
무릇 「매스컴」의 「미디어」를 떠나서 현대세계의 성립이나 현대국가의 운영을 생각할 수 없지만 신문은 여전히 「매스컴」에 있어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 신문이 맡은바 사회적 사명이 중단대한 계속적인 이유가 있다. 신문이 신문구실을 해서 객관사실을 신속·정확히 보도하고 공정한 논평을 가해 사회여론을 일정한 방향으로 유도·형성하기 위해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어야 하며, 신문의 제작이나 경영에 있어서 국가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이 확보되어 있어야한다. 언론의 자유와 신문의 독립이 널리 보장돼 있지 않은 사회는 국가권력에 어용하는 신문은 나올 수 있을 망정 국민대중이 바라는 좋은 신문은 결코 나올 수 없다.
그러므로 좋은 신문을 만들어 건전한 사회적 수요를 충족시켜주기 위해서는 국가권력에 의한 언론자유의 보장, 신문의 독립에 대한 존중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다.
참다운 민주국가라면 정치권력과 진정한 언론의 자유, 신문의 독립은 결코 비리의 관계에 서는 것이 아니요 또 서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역대정부가 언론의 자유나 신문의 독립을 부당히 침해하려했고 또 현재도 침해하려고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런 자유와 독립을 널리 인정해주면 정권의 유지에 지장이 있고 혹은 사회가 심한 혼란에 빠진다는 등 갖가지 이유가 제시되지만 우리는 그런 사고방식이나 집권작풍을 단호히 배격한다. 왜냐? 건전하고 자신 있는 정부라면 부정·부패와 사회악에 대한 신문의 고발을 결코 겁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요, 또 신문은 결코 국가권력에 예속하는 존재가 아니라 국가권력을 비판·편달할 수 있는 점, 적어도 정부와 대등한 차원 위에 서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집권자들이 신문의 자유와 독립을 되도록 제한하고 위축시키려는 생각을 싹 버리고 신문의 자유와 독립을 최대한으로 존중하면서 선정으로 정정당당히 정권을 유지하는데 힘써줄 것을 강력히 요망한다.
언론의 자유와 신문의 독립이 널리 보장되어 있다해도 신문의 경영자나 제작자들이 이를 좋게 활용할 줄 모른다고 하면 민중이 지지하는 좋은 신문은 결코 나오지 못한다. 자유에는 엄격한 책임이 따르는 법이요, 독립에는 고도의 자립정신이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런 면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신문의 제작과 경영을 검토하여 볼 때 공통히 반성해야 할 점 허다하다. 신문은 언론의 자유를 악용, 또는 남용해서 국가이익을 침해한 일은 없었던가? 세계사의 현 단계에 있어서 국가이익이야말로 국제정치를 움직이는 기본 요소라고 하면 신문은 국가이익을 해치거나 도외시하는 제작을 해서는 안 된다. 신문은 언론자유에 빙자해서 허위를 사실로 보도하고 혹은 침소를 봉대하여 집단이나 개인의 이익을 침해한일은 없었던가? 언론의 자유란 어디까지나 진실을 보도하고 진실에 입각해서 공정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자유요 선량한 시민의 명예를 훼손치 않는 범위 안에서의 자유이지 결코 그 이상의 것도 그 이하의 것도 의미치 않는다.
신문은 언론자유에 빙자하여 흥미본위의 보도로 인간성의 치부를 자극하거나 우리 국가가 유지코자 하는 공서양속을 해친 일은 없었던가? 악과 불의에 대한 보도·논평은 독자로 하여금 선과 정의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차버리게 해서는 안되며 또 신문은 현대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회교육기관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 우리사회 신문가운데 신문기업으로서 독립채산을 맞추어 나갈 수가 없어 경영자나 제작자가 사회적으로 약점을 지니고있는 단체나 개인을 찾아다니며 협박하거나 구걸하는 일이 과연 전무했던가? 사이비신문의 경영자나 제작자에 의한 이런 악랄한 첩리 행동이야말로 신문에 대한 사회적 원성을 자아내는 요인이다.
공정하고 품위 있는 신문은 성실하고 긍지를 가진 신문의 경영자·제작자에 의해서만 만들어 질 수 있음을 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상 몇 가지는 우리나라 신문이 모두 일상적으로 반성하고 경계를 하지 않으면 안될 일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본보는 창립 된지 일천하지만, 신문의 경영자나 제작자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모럴」을 엄격히 준수해 왔다. 이런 노력이 과연 주효하고 있는가 우리는 모두 하루하루를 준엄하게 반성하고 있다. 우리는 진실을 신속 정확히 보도하는데 과감할 것이며 이를 논평하는데 공명정대할 것이며 그렇게 함으로써 경제복지의 증진과 사회정의의 구현에 이바지 할 것이다.
우리는 거짓과 부정과 부패와 악을 아낌없이 파헤치고 고발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의 행정적인 고발행위가 국민으로 하여금 인간의 선성에 대한 기대를 차버리게 하지 않도록, 또 내일에의 희망과 용기를 잃지 않게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는 좋은 신문이 됨으로써 많은 독자를 가진다는 소박한 진리를 믿으면서 하루하루의 지면을 가지고 독자나 사회의 심판을 받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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