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안방 사수’… 차값 100만원 인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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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쏘나타와 싼타페 같은 대표 차종의 값을 낮춰 내수 공략에 나선다. 거세지는 수입차의 공세를 차단하는 한편, 내수시장의 부진을 떨쳐내기 위한 것이다. 반면 최근 성장 일로에 있는 수입차 업체들은 일제히 값을 올리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현대차는 2일 “쏘나타와 제네시스·제네시스쿠페·싼타페·베라크루즈 5개 차종의 총 10개 모델 가격을 올 1월부터 모델별로 22만~100만원까지 내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부 판매가 부진했던 차종을 제외하면 현대차가 주력 차종의 사양을 유지하면서 값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하 폭이 가장 큰 차는 제네시스(BH330 프리미엄 스페셜)다. 뒷좌석 전동 시트와 차선이탈경보시스템 같은 편의장치를 종전과 동일하게 갖추고도 가격을 100만원 내렸다. 쏘나타(2.0 CVVL 모던)도 값을 2628만원으로 인하했다. 주력 차종의 가격 인하는 정몽구(75)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도했다. 정 회장은 입버릇처럼 내수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처럼 많이 팔리는 차(볼륨카)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최고경영자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정 회장이 말하는 내실경영의 기본은 바로 탄탄한 내수시장”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에서 66만7777대를 팔아 2011년보다 판매량이 2.3% 줄어들었다. 올해 판매 목표도 지난해와 비슷한 66만8000대다. 게다가 제네시스 풀 체인지 모델과 일부 차종의 부분 변경(페이스 리프트) 모델을 제외하면 별다른 신차도 없어 현대차 내부에선 위기감이 고조된 상태다. 그래서 가격 인하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이번에 값을 내린 차종 대부분이 수입차와 고객·가격대가 겹치는 중형~준대형 차량들이다. 현대차가 가격 인하에 나섬에 따라 한국GM과 르노삼성 등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기아자동차도 자동차값 인하 시기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수입차는 지난해 1월부터 11월 말까지 국내에서 12만195대를 팔아 전년 동기보다 23.7% 늘었다. 올해는 15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일부 수입차 업체는 새해 들어 가격을 소폭 올렸다.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시행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끝남에 따라 차값이 종전 가격으로 돌아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부 차량은 2013년형 모델을 들여오면서 옵션 업그레이드와 원자재값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렸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1일부터 신차 가격을 평균 0.9% 인상했다. 엔트리 모델인 B200 CDI는 하이패스와 연동된 터치 방식의 내비게이션과 후방 카메라를 장착한 모델을 선보이면서 가격을 230만원 올렸다. 베스트셀러인 E300은 30만원 올랐고, C200은 세부 모델에 따라 10만~50만원 올랐다. BMW코리아는 평균 가격을 0.39% 올렸다. 가장 많이 팔리는 520d는 130만원, 320d는 60만원 가격을 올렸다. 도요타 캠리도 값이 30만원 올랐다. 하지만 경쟁이 심한 일부 차종은 가격을 내리거나 유지했다. BMW 미니쿠퍼D는 지난해와 가격이 3780만원으로 같다. 메르세데스-벤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LK 220 CDI는 지난해 5800만원에서 5770만원으로 30만원 인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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