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속 이야기 같은 그림

중앙일보

입력

26일~11월 8일 서울 신사동 예화랑에서 열리는 정일(43) 씨의 개인전은 상징적이면서도 장식적인 독특한 그림을 보여준다.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과 파리(1989~97) 에서 작품활동을 했으며 현재 인천교육대 미술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해 독일의 쾰른 아트페어를 포함, 프랑스 파리의 피악(FIAC.96) .사가(SAGA.94) , 일본 도쿄 아트엑스포(91) 등의 미술견본시에 활발히 참여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쾰른에서는"독창적이며 세련된 현대미술의 언어를 공유하고 있다"(현지 신문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기호와 상징들은 부드러운 식물의 줄기나 연체동물의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곡선으로 표현된다. 이들 곡선은 어디론가 이동하고 있으며 한결같이 중력의 법칙을 벗어나 떠다니거나 유선형으로 미끄러진다.

남자와 여자, 집과 꽃, 악기와 날개, 나비와 새 등의 형상도 마찬가지다. 꿈이나 몽상에서 볼 수 있는 익숙하고 평화로운 세계, 자기들끼리 완결되고 만족하는 세계를 만들어낸다. 관객은 어릴 적 읽은 동화 속의 이야기를 한장의 그림으로 함축한 듯한 평화롭고 추억어린 느낌을 받게된다.

그의 작품은 현대미술의 난해함과 건조함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의 눈을 끌어당기는 시각적 장식성과 달콤한 미감으로 인기가 높다.

공예화된 그의 아류들과 정씨의 작품이 구분되는 것은 "문학적인 상징성과 형상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미술평론가 박영택씨는 말한다.

"한국현대미술사에서 그같은 이야기성을 갖춘 동화적 세계가 세련된 물질성과 장식성을 갖춘 예는 변종하 정도이다"고 박씨는 평가하고 있다. 02-542-554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