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증세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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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각종부담의 누증은 국민생활에 무서운 압력을 가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하는 국민경제의 성장률로 보아서는 반영의 길을 줄달음 치고 있는 듯 하지만, 물가상승에 뒤따르지 못하는 수입으로 국민생활은 더욱더 핍박해져 가는 것만 같다. 이 위에 그칠 줄 모르는 국세관영허요금, 교육비부담, 그리고 각종 잡부금 등의 인상과 증숭은 국민을 실색케 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국민생활의 실정은 아랑곳없다는 듯이 국민부담을 늘려야 한다는 외국원조기관의 종용과 정부의 강행방침을 정상적인 도를 넘은 감이 없지 않다.
이에 발맞추듯이 서울시에서는 시세부담을 약 2.5배로 늘릴 계획이라 한다. 이에는 징세 방법을 강화하고 주민세·광고세·특별 이용세를 신설함으로써 임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공동사회를 형성운영하고 있는 이상 이에 소요되는 비용을 그 구성원이 부담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자는 없다. 그러나 그 당연한 의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일만한 조건이 먼저 구비되어 있는가.
첫째로 현재의 공공기관의 규모와 인원 그 출비는 이를 부담하고 있는 국민의 경제상태에 비하면 너무나 방대하다. 둘째로 정부나 그 대행기관의 운영과 「서비스」의 제공은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공무원의 부패는 차반사와 같이 되었고 공공기관은 마치 공무원들의 사적 모리 기관으로 화하여 가는 감이 불무한 상태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실정에서는 국민에게 세부담을 더욱더 요구할 명분이 전혀 서지 않을 것이다. 이러고 본다면 정부나 시는 세부담의 증대를 구상하기에 앞서 경비를 절감하고 불경제적인「서비스」는 없는가를 먼저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서울시 재무당국은 앞서 박 대통령의 순시 때 『음성 세원을 철저히 포착하라』는 지시에 따라 이와 같은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는 방안을 마련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시세출 내용은 정밀한 검토를 거듭한 후에 결정되어야 하며 이에 소요되는 경비를 시민에게 부담하게 하는 방법은 오랜 기간을 둔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의 경과라야 할 것이다. 지시에 의한 돌발적인 착상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인두세라고 할 주민세 또는 시민세 등속의 신설구상은 언어도단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나라의 세제가 전체적으로 간접세 위주로 되어 있어 저소득층에 과중한 부담이 과해지고 있는 형편인데 이것은 그 좋지 못한 악세의 예를 더욱더 강화하는 것이다.
세목의 신설이나 세율의 인상이 세수의 증대만을 목적으로 행하여진다면 조세정책이 지니는 국민 경제적 의의는 전혀 상실되고 마치 내노금의 조달로 징세를 강행하던 옛일을 생각게 된다.
세수로써 무엇을 하려는 것이며 증세 때문에 경제면의 영향이 어떻게 파급될 것인지에 관한 과학적인 검토가 없이 걸핏하면 조세 증징만을 일삼는 폐풍이 시정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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