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제는…"정보통신사로 불러주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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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모이면 "우린 반도체 회사가 아니라 휴대폰 회사"라는 말을 심심찮게 한다.

이 회사는 물론 한국경제를 먹여 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반도체 사업이 어느새 천덕구러기 소리를 듣자 상대적으로 선전한 정보통신 부문이 크게 부각된 것. 불과 1년새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다.

지난해 반도체 부문의 엔지니어들 중에는 수천만원의 성과급을 받은 사람들이 적잖았다. 하지만 요즘엔 구조조정을 걱정하는 임직원이 가장 많은 곳이 반도체 부문이다.

◇ 반도체와 정보통신의 역전=삼성전자(http://www.sec.co.kr)의 3분기 영업실적을 보면 반도체 부문이 창사 이래 첫 영업적자(3천8백억원)를 낸 것과 대조적으로 휴대폰을 비롯한 정보통신 쪽은 오히려 2분기보다 6백억원 늘어난 3천6백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정보통신의 3분기 매출(2조2천억원)도 반도체 매출(1조6천억원)을 훨씬 웃돌았다. 이에 따라 반도체 매출 비중은 지난해 3분기 43%에서 23%로 줄어든 반면 정보통신 비중은 19%에서 30%로 뛰어 올랐다.

올해 3분기까지 정보통신 매출(6조4천억원)이 반도체 매출(6조8천억원)을 바짝 뒤쫓아 연말까지 사업 규모 면에서도 반도체를 추월할 판이다.

삼성전자의 정보통신 사업은 휴대폰이 80%를 차지하고 이동통신 장비.광(光)섬유.광부품.통신연구소 등으로 연구.부품.완제품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다.

◇ 휴대폰의 부상=특히 휴대폰이 1등 주력 상품으로 떠올랐다. 지난 3분기 휴대폰 매출은 제품은 반도체를 웃도는 1조8천억원으로 삼성전자 전체 매출(7조2천억원)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간판 스타가 됐다.

주우식 상무는 "휴대폰의 선전은 세계 정보기술(IT)산업불황으로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이룬 성과라는 데 뜻이 있다"고 말했다. 세계 시장조사기관들은 올해 세계 휴대폰 시장 전망을 연초 5억대에서 4억2천만, 3억9천만대로 거듭 축소 수정한 바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휴대폰 판매 예상치는 2천8백만대(수출 2천2백만대)이며 올해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인 노키아와 함께 드물게 흑자를 낸 휴대폰 업체로 꼽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불황은 어쩌면 균형잡힌 사업구조를 갖추는 계기가 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이 회사의 3대 사업인 반도체.정보통신.디지털 미디어의 매출 비중은 각각 23, 30, 31%. 반도체 경기가 호전되면 3:3:3의 '황금분할'을 갖춘 종합 전자회사로 탈바꿈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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