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주연 웹스닥재팬 대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00여개의 한국 벤처업체들이 일본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정착 단계에까지 이른 업체는 불과 3~4개 뿐이다"

23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한국인터넷기업협회(http://www.kinternet.org) 주최로 열린`제1회 한.일 IT제휴 및 기업설명회'에 참석한 윤주연(32) 웹스닥재팬 대표이사는 일본시장 진출의 어려움을 이같은 말로 표현했다.

지난해 3월 유명 미국 보험업체의 일본 지사 직원이라는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고 벤처사업에 뛰어든 윤주연 대표 역시 그동안 한국의 사업모델을 수입하고 투자유치 활동을 하던 도중 경영난 때문에 20여명까지 늘였던 직원을 절반으로 줄이는 등 쉽지 않은 길을 걸어 왔다.

하지만 일본의 투자업체로부터 1억엔(11억원) 가량의 자금을 유치하고 업무 영역을 중소업체 대상 CRM(고객관계경영) 컨설팅으로 바꾸는 등 사업을 다시 추스르는데 성공한 윤 대표이기에 그의 경험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윤 대표가 제시하는 일본 진출의 기본 조건은 크게 세가지.

그는 먼저 "시장성이 충분한 사업모델을 들여오되 일본 시장에 적합하게 재구성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한국 벤처업체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80% 정도 완성되면 홍보에 나서고 일단 시장에 내놓은 다음에 제품이나 서비스를 안정화시키려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본에서 그렇게 하면 100% 실패한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그는 "한국의 한 유명 솔루션업체의 경우 일본에 자회사를 세우고 한국에서 검증된 좋은 솔루션을 가지고 왔음에도 부실한 설명서를 재작성하느라 9개월동안 일본에서 매출을 전혀 올리지 못했다"며 "일본에서는 사용법이나 법적 책임의 한계 등 해당 상품에 대한 자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번째 조건은 "폭넓은 인맥을 갖춘 일본인을 찾아 기획이나 영업 업무를 맡기라"는 것.

그는 "어느 사회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일본에서는 사업 진행에 있어 영업실무자의 인맥이 중요하다"며 "아무리 좋은 솔루션을 내놓아도 일본 현지 사정에 적합한 영업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시장에서 외면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일본 진출을 염두에 둔 업체의 대표라면 최소한 자사 제품을 설명할 수 있는 정도의 일본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며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정열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에 충분히 의사소통이 된다면 일본인 고객들을 만족시킬 수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말했다.

윤 대표는 "한국의 정보기술(IT) 산업 경쟁력을 인정하는 일본인이 많아지고 오는 2002년 상반기부터 일본에도 초고속인터넷 기반 시설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 IT벤처 업체의 일본 진출 여건은 꾸준히 좋아지고 있다"며 "`일단 가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자세를 버리면 일본 시장 진출 성공의 확률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세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