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IMF이후 소매금융·신용카드 치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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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국내 은행들은 기업대출보다는 소매금융에, 주식투자보다는 국공채에 주력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신탁자산 규모가 97년보다 60% 정도 줄어든 반면 신용카드사업의 비중이 2.4배로 늘어났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7개 일반은행의 원화대출중 기업대출금의 비중은 국내 경기침체 등으로 인해 97년 66.7%에서 올 상반기 56.2%로 줄어든 반면 가계대출금 비중은 부업 및 주택자금 수요 등으로 30.8%에서 40.5%로 늘어났다.

은행들이 수익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소매금융에 집중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은행들은 97년 이후 국공채 등 안전성 위주로 유가증권을 보유함에 따라 손실위험이 높은 주식투자를 대폭 줄였는데 총자산중 주식투자 비중은 97년 2.6%에서 올 상반기 0.6%로 감소했다.

경기회복이 지연되고 확정배당상품이 감소한 탓에 신탁자산 운용규모도 급감했다. 은행권 신탁자산 규모는 현재 76조원으로 97년 185조원보다 58.9% 줄어들었다.

그러나 은행권이 신용카드 위주의 수수료 사업에 치중하면서 총자산에서 신용카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2%에서 5.2%로 늘어났다.

이같은 신용카드 수수료 증대에 힘입어 수수료 이익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년 24.6%에서 올 상반기 27.3%로 뛰어올랐다.

이와함께 은행들은 부실채권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손충당금을 쌓아오면서 영업손실이 97년 1조8천505억원, 98년 7조1천948억원, 99년 1조4천778억원, 2000년 4조3천391억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 상반기는 자산건전성 향상과 수수료수입 증가에 힘입어 3조1천997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특히 매년 적자를 보였던 신탁이익도 그 규모는 감소하고 있지만 부실여신 감축과 국공채 위주의 안전운용으로 올 상반기부터는 소폭의 흑자(5천805억원)를 기록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이자부문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유상증자, 요구불예금 수취확대 등을 통한 저원가성 자금의 안정적 조달이 필요하고 신용카드 회원을 유치할 때 적격심사를 강화해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서울=연합뉴스) 정주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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