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의무비율 부활 앞두고 재건축조합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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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부터 재건축아파트에 대한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부활한다는 정부의 방침이 발표된 이후 재건축조합이나 재건축추진위가 발등에떨어진 불을 진화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일부 저밀도지구와 1대1 재건축예정 아파트를 제외한 상당수 재건축대상 아파트가 이 의무비율의 적용을 받게 돼 이것이 현실화되는 내달부터는 기존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하거나 포기하는 단지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달말까지 건축심의를 통과하거나 사업승인을 신청하지 못하면 지금껏 쏟아왔던 정성이 일시에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기 때문에 서초.강남구를 중심으로 중층이상 재건축조합에서는 집단반발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 20여개조합 2만2천여가구 타격 전망 = 서울시 중층이상 32개 재건축조합과 추진위를 회원으로 두고 있는 고밀도아파트 재건축협의회에 따르면 정부의 이번 의무비율 부활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재건축조합이나 추진위는 지금까지 파악된 것으로만 대략 22개 조합에 가구수로 2만2천여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이달말까지 건축심의를 통과하거나 사업승인을 신청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조합이나 추진위들로 구별로 서초구 8곳, 강남구 6곳, 용산구 4곳, 그밖에 송파구와 강북지역 각 2곳씩으로 파악되고 있다.

일례로 현재 서초구 A아파트와 B아파트의 경우 조합설립 인가 및 시공사 선정까지 마쳤지만 이달말까지 건축심의를 통과하기가 힘든 상태여서 기존의 사업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또 서초구의 경우 협의회 11개 회원 가운데 6개 추진위는 그동안 조합설립인가를 준비하면서 어렵사리 주민들의 동의서까지 받아놓았지만 의무비율이 부활할 경우 지금까지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여 있다.

강남구의 경우도 청담 C아파트, 도곡동 D아파트 등 6개 재건축조합은 대부분 조합설립 과정에서 1대 1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수립했지만 실제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불가피하게 일반분양이 생겨날 가능성이 있어 이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합에 따라 의무비율을 지키자는 입장이 있는가 하면 사업 포기를 검토하는 단지도 나오고 있으며 또 일부에서는 행정소송이나 집단시위 등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단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비율에 집단반발 움직임 = 현재 강남구와 서초구를 중심으로 각 재건축조합장 및 추진위원장들은 최근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향후 대응방안에 대한 논의를거듭하고 있다.

고밀도협의회 서초지부 11개 조합은 지난 18일부터 잇따라 대책회의를 열어 의무비율 부활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하면서 향후 대책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22일에는 관할구청을 항의방문하기도 했다.

또 강남지부 8개 조합도 20일 첫 모임을 갖고 향후 다른 자치구와 접촉범위를 넓히면서 의무비율 부활에 따른 대응책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크게 두가지다. 우선 소형평형 의무비율 부활 시점을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될 내년 7월로 늦춰달라는 것. 고밀도협의회가 타격예상 조합으로 파악한 22개 조합과 추진위의 경우 이미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거나 주민 동의를 확보해둔 곳이 대부분이어서 의무비율이 갑작스레 적용될 경우 이들의 노력이 한순간에 수포로 돌아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고밀도협의회 홍승권 부회장은 "추진위가 힘들게 주민동의를 받아냈는데 의무비율이 부활될 경우 똑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며 "방침 발표후 한달도 안돼 바로시행에 들어간다는 것은 추진위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두번째 요구는 의무비율 적용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조항에 융통성을 조금더 발휘해 달라는 것이다.

단지 내에 전용면적 18평형 이하 소형이 한가구라도 있거나, 또 재건축시 기존가구수보다 1가구라도 많아지면 예외없이 소형평형 의무비율을 적용받게 되는 규정은 현실적으로 너무 심하다는 주장이다.

1대 1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구 E아파트 관계자는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단계에서 일반분양분이 불가피하게 생겨날 수도 있고 또 일부 조합의 경우 이미 그런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어쩔 수 없이 19가구 이하 소량의 일반분양이 생길 경우 이를 예외로 인정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일단 의무비율이 부활되는 내달까지 각급 조합 및 추진위가 해당관청에 건의사항을 전달하는 수준에 머물겠지만 정부의 방침에 변함이 없을 경우 행정소송이나 집단시위 등 강경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마찰이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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