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방지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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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백만장자 「로스차일드」가 죽었다는 신문을 보면서 통곡을 하는 부랑자 하나가 있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무슨 연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여보세요, 댁은 뉘시오. 「로스차일드」씨의 친척입니까?』 그러자 그 부랑자는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울면서 대답했다. 『내가 친척이라면 이렇게 울겠어요? 친척이 못된 것이 서러워서 우는 거랍니다』
장소가 바뀌어서 한국- 3월 25일자 석간신문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부인 하나가 있었다. 옆에서 그 광경을 보고있던 사람들은 무슨 연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날 신문에는 「홍삼 부정유출사건 지청장 구속」「공금 억대를 빚놀이 두 구청장 대기발령」「돈 받고 통관 5명 영장 신청」「윤활유 도입에 거액 탈세 5년간 1억5천만원…관계관 고발」등등 부정사건의 보도가 거의 사회면 전부를 독차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울고있는 부인을 보고 『여보세요. 댁의 바깥 분이 부정사건에라도 끼어 드셨나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 부인은 한층 더 큰 목소리로 울면서 대답했다. 『바깥사람이 그 축에 끼어 들었다면 이렇게 울겠어요? 그것에 끼이지 못한 것이 서러워서 이렇게 우는 거랍니다』
하나의 우스게 이야기지만 현실성 없는 것은 아니다. 신문을 보면서 걸려든 부정 관리를 보고 어떤 반응을 갖는가? 정말 청렴한 관리의 가난한 아내라면 눈물이라도 흘릴 것이다. 『남들은 다 그렇게 사는데…』라는 넋두리가 나옴직하다.
오리려 부정을 모르고 청빈하게 사는 사람들이 바보 취급을 받는 세상. 애꾸눈의 원숭이만이 사는 수풀에서는 두 눈 가진 원숭이가 병신 노릇을 한다는 우어와 같다.
부패 방지는 딴데 있지 않다.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요즈음처럼 자꾸 부패를 들추어 낼 일이다.
그래서 관계관을 파면시켜라. 실직자가 많은 세상이니 자꾸 갈아치워라. 그러면 언젠가는 부정을 하지 않는 현명한 사람이라는 통념이 생겨날 것이고, 청빈한 관리의 아내가 자기 남편을 자랑하게끔 될 사회 분위기가 생겨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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