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판매 투명해 가수들이 좋아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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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스물여덟살인 대표를 비롯해 열네명 전직원이 미혼. 서른한살인 직원이 최고령(!) 이고 나머지는 모두 20대 젊은이들. 지난해 30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설립 3년째인 올해 예상매출액은 50억원대다. 주로 홈페이지를 이용해 예매하는 열성 회원만 24만명. '이문세 독창회''이승철 토요일밤의 열기''시월에 눈내리는 마을' 등 대중음악 공연의 브랜드화를 선도. 대중음악 공연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젊은 공연기획사 좋은콘서트(http://www.goodconcert.com)다.

좋은콘서트의 설립자이자 대표인 최성욱씨는 현재 연세대 건축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동안(童顔) 의 젊은이다. 좋은콘서트 운영에 바빠 졸업학점을 이수하지 못해 졸업을 미뤄온 그가 처음 공연기획에 뛰어든 것은 대학 3학년 때인 1997년 가을. 환란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강남의 열평짜리 오피스텔에 사무실겸 숙소를 열었다.

"대학 시절 우연히 학생회를 도와 연고전 행사를 기획하면서 공연 기획에 매력을 느꼈지요. 해볼만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해에 이문세.이은미.여행스케치.김동률.이적 등이 참가한 공연을 열어 호평받았다. 이때부터 같이 일해온 대표적인 초창기 멤버가 이 회사에서 가장 나이 많은 기획실장 최용찬(31) 씨. 일본 도쿄 공예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친구의 소개로 알게 된 대표 최성욱씨와 손잡았다.

최성욱 대표는 98년 서울 선릉으로 사무실을 옮기면서 본격적으로 공연기획사의 체계를 꾸렸다.

"원래는 졸업과 함께 전공을 살려 건설회사에 취업할 작정이었죠. 그런데 환란의 여파로 인턴 사원으로 선발됐던 한 대형 건설회사가 입사를 취소했어요. 입사예정자들이 소송을 내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공연을 평생 업으로 결정했습니다."

인하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박용성(27) IT팀장이 합류하면서 대중음악 공연기획계에 본격적으로 전산 개념을 도입했다. 홈페이지를 구축해 콘서트를 인터넷으로 생방송하고, 인터넷으로 예매.신용카드 결제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좋은콘서트는 한국 대중음악 공연계에 새로운 기풍을 진작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선 공연계의 고질적인 불투명한 티켓 판매를 투명화했다.

"예매와 결제의 90% 이상이 인터넷을 통해 이뤄집니다. 신용카드와 사이버 머니, 은행 실시간 이체 등을 통해 결제되는 만큼 판매 현황이 투명하게 드러나죠. 자연스럽게 좋은콘서트와 손잡고 공연하고 싶어하는 가수들이 늘어났습니다."(박용성 팀장)

공연에 브랜드 개념을 본격 도입한 것도 좋은콘서트의 성과다. 대표적인 공연인 '이문세 독창회'는 올해만 전국 열네개 도시를 돌면서 무려 12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카피라이팅 등 홍보를 맡고 있는 김홍기(25) 씨는 "감독이나 제작자의 이름만 보고도 영화관을 찾는 이들이 많듯, 좋은콘서트가 만드는 공연은 믿고 볼 수 있다는 신뢰를 확보한 게 가장 큰 자산"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 마케팅만으로도 웬만한 공연은 매진을 기록한다는 설명이다. 물론 이같은 믿음을 얻기까지는 "홍보포스터의 글자 모양 하나를 결정하는 데도 4백개가 넘는 글자꼴을 놓고 이틀 이상 고민하는 노력이 밑바탕이 됐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최성욱 대표는 "가수마다 각기 다른 음악적 특성을 잘 살릴 수 있는 공연을 만드는 게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며 "제대로 된 세계적 수준의 대중음악 전문 공연장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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