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 돈 넘친다는데 대박만 터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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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 돈이 넘쳐나고 있다. 정보기술(IT) 산업침체와 저금리로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잇따른 한국 영화의 '대박'에 힘 입어 영화산업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소수의 히트작 뒤에는 다수의 실패작이 있는 등 전반적인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아 영화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 충무로로 몰리는 돈=영화진흥위원회(http://www.kofic.or.kr)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현재 결성된 영상관련 투자조합(펀드) 은 모두 23개에 1천8백60억원. 올 들어서만 15개(1천1백억원) 가 새로 조성됐다. 이들 펀드에는 크고 작은 벤처캐피털,제일제당.오리온그룹 등 대기업 자본,중소기업청.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정부자금까지 참여하고 있다.

돈 풍년 속에 제작비 규모도 커지고 있다. 영화 '쉬리'(99년 35억원) 에서 '무사'(2001년 72억원) 로 이어지는 대형화 추세 속에 현재 제작 중인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감독 장선우) 은 약 8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무한기술투자의 최재원 콘텐츠총괄 이사는 "이른바 '충무로 토착자본'이라는 영화제작사의 자체자금,배급회사 및 투자 대기 중인 자금까지 합하면 충무로를 떠도는 돈은 2천5백억원을 웃돌 것"이라고 말했다.실제 투입된 한국영화 총 제작비(순제작비+마케팅비) 도 지난해엔 1천2백억원 가량이었으나 올해는 2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 얼마나 남을까=교보증권은 올해 한국영화의 입장 수입을 지난해보다 59% 증가한 1천8백50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다. 각종 판권과 수출대금, 캐릭터 등 연관산업을 포함하면 전체시장 규모는 이의 두배 가까이 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영화관과 유통회사의 몫 등을 제하면 영화제작자와 투자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총 제작비와 비슷한 2천억원 안팎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영화진흥위원회 황동미 연구원은 "한국영화가 만드는 것마다 대박을 터뜨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제작된 56편의 영화 중 실제 수익을 남긴 것은 10여편 정도"라고 말했다. 한 영상전문지는 올 상반기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8백만명을 동원한 영화 '친구'를 제외하고는 (연평균) 마이너스 29.3%였다는 자체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돈 될만한 영화'만 골라 투자한다는 벤처캐피털의 수익률도 놀랄 만한 정도는 아니다.한 벤처캐피털의 영화투자 심사역은 "큰 돈을 버는 영화도 있지만 손해 보는 영화도 많아 올해 평균 수익률은 20~30%정도"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영화 열기가 식으면 고수익을 기대했던 영화 투자자본이 빠져나갈 가능성도 우려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영화 관계자들은 한국영화가 '돈→사람→좋은 영화→관객동원→재투자'의 선순환에 막 들어선 점을 감안할 때 걱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말한다.

KTB 네트워크 하성근 영화투자팀장은 "한국영화의 제작비가 올라갔다고는 하지만 보통 편당 제작비가 5천만달러(6백50억원) 를 넘는 할리우드와는 비교조차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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