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들 피말리는 부담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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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프로야구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가 선수들에게 주는 부담감은 어느 정도일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장 선수도 한국시리즈 그라운드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고 한다.

지난 20일 새벽, 두산의 3년차 선발투수 구자운(21)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룸메이트 차명주가 깜짝 놀라 구선수를 흔들어 깨우자 잔뜩 겁에 질린 얼굴의 구선수는 "형, 귀신이 있어"라며 식은땀마저 흘렸다.

구선수는 달래는 선배에게 "잠이 깼는데 벽쪽에 귀신이 나타나 손짓했다"고 말했다. 차선수는 결국 "네가 2차전 선발인데. 내가 차라리 그 꿈을 사겠다"며 진정시켰다.

피말리는 승부의 긴장감은 중고참 선수라고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일 1차전에서 허리통증으로 지명타자로 나선 심재학 대신 선발 외야수로 출장했던 전상렬(29)은 0-2로 뒤지던 2회말 1사후 김동수의 평범한 플라이를 떨어뜨려 추가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경기 후 전선수는 부인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또 한번 울어야 했다.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던 부인이 남편의 실책 순간 18개월된 아들을 붙들고 한바탕 눈물을 쏟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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