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생각) 검색보다 사색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증산동 연서중 정문에서 10여 명의 교사가 등교하는 학생들을 반갑게 맞고 있다. 연서중은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매일 아침 사제 간 인사 나누기, 텃밭 가꾸기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인성교육 강화로 학업 성적도 올랐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김형수 기자]

2012년 한국의 스마트폰 보급률은 63.5%다. 2011년(31%)의 두 배로 뛰어오른 것이다(한국인터넷진흥원). 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100.6%·2011년)과 인구 100만 명당 특허출원 건수(2634건·2009년)도 OECD 국가 중 1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스마트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리는 휴대전화와 태블릿PC를 쥐면 검색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구할 수 있다. 스마트폰 이용자 중 79.2%가 “뉴스나 새로운 정보를 더욱 빨리 알게 됐다”고 말한다. 하루 중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 이용 시간은 매년 증가 추세다. 2010년의 59.4분에서 2012년 96분으로 늘었다. 이용자들은 자료·정보 습득(95.9%), 커뮤니케이션(83.9%), 여가활동(89.9%)을 위해 스마트폰을 쓴다(한국방송통신위원회).

 스마트폰이 우리 생활을 편리하게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가락과 눈동자에 의존하는 검색에 밀려 사색과 독서 시간은 점차 줄고 있다. 한국 남자 대학생이 하루 책을 읽는 시간(42분)은 인터넷을 이용하는 시간(127분)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국인 10명 중 셋(33.2%)은 1년에 책 한 권도 읽지 않는다.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 안에서 독서하는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됐다. 미국의 IT칼럼니스트 니컬러스 카는 “웹을 검색할 때는 숲을 보지 못한다.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라고 경고했다(『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동국대 윤재웅(국어교육과) 교수는 “시대를 바꾸는 창의력은 폭넓은 교양과 깊이 있는 생각에서 나온다”며 “학교와 사회가 검색 대신 사색을, SNS보다 독서를 적극 권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팀장)·천인성·윤석만·이한길·이유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